미국 뉴욕주가 아동 양육 및 친권 관련 법률에서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성중립적 용어로 대체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 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뉴욕주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 주도로 이번 주 통과된 새 법안은 가정법원과 민사법, 교육법 등에서 '어머니'를 '임신한 부모(gestating parent)'로, '아버지'를 '임신하지 않은 부모(non-gestating parent)' 또는 '부모'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았다.
친아버지를 확인하기 위한 '친부 확정(paternity)' 소송은 '부모 확정(parentage)' 소송으로 명칭이 바뀌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생부를 가리키는 '인지된 아버지(putative father)'는 공식 기록에서 '추정된 부모(an alleged parent)'로 대체된다. 이번 법안은 리버럴 성향의 루이스 세풀베다 상원의원과 에이미 폴린 하원의원이 발의했으며, 이제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의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은 뉴욕주의 급진적인 PC(정치적 올바름) 주의가 폭주하고 있다며 일제히 반발했다.
제라드 카사르 뉴욕주 보수당 의장은 "미쳐버린 워크(woke) 문화이자 과시욕일 뿐이다"라며 "뉴욕주 의회가 대중의 정서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며, 불필요하고 낭비적인 시간 소모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예산안 통과도 두 달이나 늦어진 상황에서 입법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고 지적하며, 뉴욕 이주를 고민하는 이들이 이런 황당한 법안을 보면 이주를 꺼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화당 주지사 후보인 브루스 블레이크먼은 성명을 통해 "캐시 호컬이 이끄는 민주당이 정겨운 단어인 엄마와 아빠를 지워버리며 뉴욕 가정에 대한 전쟁을 선언했다"라며 "내가 주지사가 되면 이 미친 짓을 끝내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패트릭 카존네리-피츠패트릭 상원의원 역시 "전기세와 물가 상승, 치안 불안으로 고통받는 시기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법에서 지우는 것이 민주당의 최종 과제였느냐"라며 "나는 어머니이며 '어머니'로 불리는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의원은 "이 법안은 전적으로 '불필요한' 조치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스스로를 뉴욕의 '첫 번째 엄마 주지사'라고 부르며 활동해 온 캐시 호컬 주지사는 브루클린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번 법안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법안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라며 "자세히 검토해 보겠다"라고 답변을 피했다.
반면 법안을 지지하는 측은 현대 사회의 다양한 가족 형태를 반영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 개정이라는 입장이다.
법안 설명서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대리모 출산이나 동성 부부 등 가정법원이 다루는 최신 판례와 기준에 맞추기 위한 필수적 조치다.
입양 전문 변호사인 레슬리 실버-호프만은 "동성 부부 입양과 대리모 계약이 늘어난 상황에서 기존 용어는 시대에 뒤떨어졌다"라며 "뉴욕에는 남성 두 명이나 여성 두 명으로 구성된 부모들이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법안을 발의한 세풀베다 상원의원도 "현재의 성문화된 법과 판례법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법안이 필요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반대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클라우디아 테니 연방 하원의원은 "어머니는 가정과 사회의 기반이지 정치적 창작물이 아니다"라며 "세금과 물가 문제로 힘들어하는 주민들을 외면하고 진보 이데올로기만 챙기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라고 비판했다. 샘 피로졸로 하원의원도 "길거리를 걷는 뉴욕 주민 중 누구도 법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적혀 있다고 머리를 싸매고 고통스러워하지 않는다"라며 "이 법안은 동성애의 문제가 아니라 어리석음의 문제다"라고 꼬집었다.
뉴욕주 민주당의 성중립 용어 도입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뉴욕주는 지난 2023년에도 모든 법령과 규정에 남성이나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 대신 성중립 대명사인 '그들(they/them/theirs)'을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2018년에는 출생증명서 성별란에 남성과 여성 외에 제3의 성별인 'X'를 선택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