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가 토요타자동차를 제치고 일본 증시 시가총액 1위 왕좌에 올랐다. 도쿄 증시에서 소프트뱅크 주가는 장중 한때 15%까지 급등해 종가 기준 시가총액 48조엔(한화 약 457조원)을 돌파했다.
장중에는 49조엔(약 467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반면 22년 동안 정상을 지켜온 토요타 주가는 장중 5% 가까이 하락하며 시총이 45조엔(약 429조원)대로 밀려났다.
토요타가 시총 1위를 내준 것은 2003년 12월 NTT도코모를 제친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역전극을 인공지능(AI) 시대 산업구조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한다.
주가를 끌어올린 결정적 계기는 대규모 글로벌 AI 투자 발표다. 소프트뱅크는 프랑스 파리에서 최대 750억유로(약 132조원)를 투입해 유럽 최대 규모인 5GW(기가와트)급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재한 연례 투자 행사 '프랑스를 선택하세요'에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유럽에 단행한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다.
손 회장의 앞선 선제 투자가 인공지능 붐과 맞물려 결실을 맺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6년 인수한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가치가 최근 폭등하며 소프트뱅크의 자산 가치를 견인했다.
공격적인 오픈AI 투자도 대박을 터뜨렸다. 소프트뱅크가 오픈AI 투자로 거둔 평가이익은 6조7304억엔(약 64조원)으로 3개월 만에 2.4배 불어났다.
지난 3월 말까지 총 346억달러(약 52조원)를 투입한 소프트뱅크는 연말까지 오픈AI 투자 규모를 646억달러(약 98조원)로 확대할 방침이다.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인 오픈AI의 행보도 추가 호재로 꼽힌다.
손 회장은 최근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AI 거품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손 회장은 CNBC 인터뷰에서 "AI 붐은 닷컴 때보다 50배 더 클 것"이라며 주가 과열 우려를 일축했다.
"지금은 50년에서 100년간 이어질 수 있는 기술 혁명의 시작 단계일 뿐"이라는 것이 손 회장의 진단이다. 이어 "시장에서 약간의 조정(correction)은 언제나 있지만 닷컴 버블 이후 시장은 훨씬 더 커졌다"며 "조정이 생기면 최고의 투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위워크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입으며 굴욕을 겪었던 손 회장은 완벽한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소프트뱅크의 질주로 손 회장의 순자산은 551억달러(약 84조원)로 늘어났다. 유니클로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을 밀어내고 일본 최고 부자 자리를 탈환했다. 1957년 일본 판자촌에서 태어나 1990년 일본으로 귀화한 손 회장은 닷컴 시대와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거쳐 이제 인공지능 시장의 글로벌 키맨으로 다시 우뚝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