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03일(수)

두산이 잡은 SK실트론, 5조 가격표 그대로인가...AI 웨이퍼 몸값 달라졌다

SK실트론 매각 협상에서 지난해 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의 가격 기준이 다시 변수로 올라왔다. 두산그룹이 SK실트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협상은 이어지고 있지만, AI 반도체 투자 확대와 웨이퍼 공급망 가치가 커지면서 기존 몸값만으로 거래를 마무리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SK는 SK실트론 매각 재검토 여부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협상이 길어지는 동안 반도체 업황이 달라졌다. 5월 말 전후 협상 마무리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현재까지 최종 거래는 확정되지 않았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칩 제조에 쓰이는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한다. 12인치 웨이퍼 기준 글로벌 시장점유율 3위권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반도체용 웨이퍼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사실상 유일한 기업이라는 점도 가격 재산정의 근거로 거론된다.


SK실트론CSS


당초 시장에서 거론된 SK실트론 기업가치는 5조원 안팎이었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SK하이닉스의 HBM 사업과 AI 메모리 투자가 빠르게 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대만 컴퓨텍스 2026 현장에서 향후 5년 안에 웨이퍼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웨이퍼는 반도체 증설의 출발점이다. 신규 팹을 짓더라도 실제 생산능력이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AI 서버, HBM, 차세대 메모리 수요가 동시에 커지는 구간에서는 웨이퍼 공급 안정성이 반도체 회사의 원가와 납기 경쟁력에 영향을 준다. SK하이닉스를 핵심 계열사로 둔 SK 입장에서는 SK실트론의 전략 가치가 지난해 말과 같을 수 없다.


거래 구조도 단순하지 않다. 두산은 SK㈜ 보유 지분과 총수익스와프(TRS) 지분을 포함한 SK실트론 70.6%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최 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SK실트론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이 SK실트론 지분 100%를 확보하려면 최 회장 측 지분에 대한 별도 협상도 필요하다.


두산 입장에서는 인수 명분과 가격 부담이 동시에 커졌다. SK실트론은 두산이 반도체 소재 사업을 키울 수 있는 자산이다. 반대로 AI 반도체 사이클이 길어질수록 매도자인 SK가 기존 가격표에 '묶일' 이유는 줄어든다. 웨이퍼 공급망을 그룹 밖으로 넘기는 거래인 만큼 SK는 가격, 장기 공급 안정성, 최 회장 개인 지분 처리 방식까지 함께 따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가격 재산정'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상황이 달라졌으니, 몸값도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분당두산타워 / 사진제공=두산그룹


SK그룹은 최근 2년간 리밸런싱을 통해 자산 효율화 작업을 이어왔다. 계열사 수를 줄이고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SK실트론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AI 반도체 초호황이 길어지고 SK하이닉스의 증설 계획이 커지면서 SK실트론은 재무구조 개선용 매각 자산과 반도체 공급망 자산이라는 두 성격을 동시에 갖게 됐다.


최 회장은 SK실트론 매각 관련 질문에 "그것은 밑에서 결정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여부나 재검토 가능성을 직접 확인한 발언은 아니었다. 다만 최종 판단이 실무 검토와 협상 조건에 달렸다는 뜻으로 읽힌다. 현재 협상은 매각 철회 여부보다 가격과 조건의 문제로 넘어가고 있다.


SK와 두산은 현재까지 최종 매각가와 거래 완료 시점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의 가격 기준이 최근 반도체 소재 기업 재평가와 SK하이닉스 증설 계획을 반영해 조정됐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