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02일(화)

공정위 조사 중에도...정몽원 두 딸 '같은 날 같은 수량' HL 지분 매수

공정위 조사 5개월째, 두 딸 5월 4~8일 날짜·수량까지 일치 매수

정몽원 회장 포함 특수관계인 지분율 상승...두 딸, '개인 투자' 설명과 충돌하는 동반 매수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두 딸이 지난 5월 HL홀딩스 주식을 같은 날, 같은 수량으로 사들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HL그룹의 우회출자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조사에 착수한 지 5개월째 되는 시점이다.


정몽원 HL그룹 회장 / 뉴스1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HL홀딩스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에 따르면, 장녀 정지연 HL홀딩스 상무와 차녀 정지수 HL만도 상무는 5월 4일부터 8일까지 HL홀딩스 주식을 나란히 매수했다. 4일 각 2000주, 6일 각 2000주, 7일 각 1800주, 8일 각 2000주다. 날짜와 수량이 모두 일치한다. 두 사람의 보유 주식은 매수 전 각 19만3600주에서 매수 후 각 20만1400주로 늘었다. 지분율도 똑같이 2.22%가 됐다.


두 사람의 보유량이 일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5년 12월 우회출자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두 사람의 보유 주식은 각 15만2100주로 같았다. 매입 시작점이 같았고, 이후 보폭도 같았다. 두 사람은 4개월여 만에 보유 주식을 각각 5만주 가까이 늘렸다.


정지연 상무만 2.40%까지, 멈추지 않은 매수


정지연 상무는 5월 8일 이후에도 매수를 이어갔다. 5월 20일 공시에서는 직전 보고서보다 9740주 늘어난 21만1140주를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고, 5월 27일 공시에서는 다시 6800주 늘어난 21만7940주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율은 2.40%가 됐다. 5월 한 달간 매입한 주식은 2만4340주, 매수 단가 기준 약 10억9천만원 규모다.


매수는 거의 매 거래일 이어졌다. 5월 20일 2000주, 21일 2000주, 22일 2000주, 26일 92주, 27일 708주 식이다. 단가는 4만2450원에서 4만6925원 사이에서 움직였다. 같은 기간 HL홀딩스 주가 구간이다. 정지수 상무의 5월 8일 이후 매수 내역은 해당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HL그룹 사옥 전경 / 사진제공=HL그룹


두 딸의 매수로 정 회장을 포함한 최대주주 측 지분율도 올랐다. 5월 14일 공시 기준 정몽원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보유 주식은 336만7134주에서 338만2734주로 1만5600주 늘었고, 지분율은 37.09%에서 37.26%로 상승했다. 정 회장 개인 보유분은 254만5433주, 28.04%다.


매수 시점, 공정위 조사와 겹쳐


두 사람의 매수는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뤄졌다. 공정위는 2025년 12월 8일 HL홀딩스와 비상장 계열사 HL위코·HL D&I, 그리고 정 회장의 두 딸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사모펀드 로터스프라이빗에쿼티(PE)를 상대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사정기관이 이 사안을 직접 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조사 대상은 HL홀딩스의 출자 구조다. HL홀딩스는 지분 100%를 보유한 HL위코와 23.78%를 보유한 HL D&I를 거쳐 로터스PE가 참여한 펀드에 약 2,170억원을 출자했다. 로터스PE는 2020년 11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신생 운용사다. 2023년 말 기준 이 회사가 운용한 5개 펀드 가운데 58%를 HL홀딩스가 맡았다. 적자를 낸 HL위코가 HL홀딩스의 유상증자와 차입으로 출자금을 마련한 정황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장 계열사를 경유한 점이 쟁점이다. HL홀딩스가 로터스PE에 직접 출자하지 않고 두 비상장 자회사를 거치면서, 정기보고서상 공시 부담을 덜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HL홀딩스는 로터스PE를 회계기준상 특수관계자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라고 설명해 왔다.


회사 측은 그동안 두 딸의 지분 확대를 '개별적인 개인 투자'라고 설명해 왔지만, 같은 날 같은 수량을 반복 매수한 공시상 흐름과는 추가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매수 자금의 출처도 규명되지 않았다. 2025년 12월 공시에서 정지연 상무는 취득 자금을 배당소득·투자이익·증여로, 정지수 상무는 근로소득·배당소득·투자이익·증여로 기재했다. 5월 매수분의 자금 원천이 같은지, 차입이 포함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