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02일(화)

동물원서 50년 넘게 지낸 코끼리 '해피', 55세 나이로 하늘나라 떠났다

미국 뉴욕 브롱크스동물원에서 50여 년간 생활하던 아시아코끼리 해피가 5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해피는 동물의 법적 권리를 둘러싼 역사적 소송의 주인공으로, 비인간 동물의 인격체 인정을 요구하는 운동의 상징적 존재였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는 해피가 지난달 26일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고 전했다. 뉴욕 야생동물보호협회는 해피가 노령으로 인한 건강 악화로 호스피스 돌봄을 받아왔으며, 신장과 간 기능이 저하된 상태였다고 발표했다.


크레이그 파이퍼 브롱크스동물원 임시 원장은 "해피의 건강 상태와 삶의 질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를 통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30년 이상 해피를 돌봐온 사육사와 큐레이터, 수의사들에게 둘러싸여 평화롭게 마지막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부검 결과 해피에게서는 수술이 불가능한 다수의 자궁 종양과 관절염이 발견됐다.


해피는 1970년대 초 타이 정글에서 포획된 후 미국으로 팔려와 1977년부터 브롱크스동물원에서 거주했다. 오랜 세월 동안 쇼와 체험, 전시 목적으로 이용되며 동물원 생활을 이어왔다.


미국 뉴욕 브롱크스동물원에서 사육되던 아시아코끼리 ‘해피’ / 브롱크스동물원


2018년 동물보호단체 '비인간 권리 프로젝트'는 해피의 자유를 요구하는 인신보호 청구소송을 브롱크스동물원을 상대로 제기했다. 이 단체는 코끼리가 높은 인지 능력과 감정, 자기인식을 가진 존재로서 단순한 소유물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피는 동료 코끼리들이 죽은 후 장기간 홀로 지내왔으며, 이는 사회성이 높은 코끼리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부적절한 환경이라는 것이 소송의 핵심 논리였다. 단체는 "해피가 40년 넘게 부당하게 감금되어 있으니 인신보호영장을 통해 코끼리 보호구역으로 이송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해피는 2005년 동물의 자기인식 능력을 측정하는 거울 실험을 통과한 것으로 유명하다. 거울을 보며 자신의 머리에 표시된 X 자국을 코로 만지고 입을 벌려 입속을 확인하는 행동을 보여 자기 인식 능력을 입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pixabay


당시까지 이 실험을 통과한 동물은 인간 영아, 유인원, 돌고래뿐이었다. 최근에는 아델리펭귄, 수탉, 청줄청소놀래기 등도 거울 속 자신을 알아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약 4년간 이어진 법정 공방에서 2022년 뉴욕주 고등법원은 5대 2 다수결로 단체의 주장을 기각했다. 다만 반대 의견을 낸 판사 두 명은 해피의 감금이 "본질적으로 부당하고 비인간적"이며 "문명사회에 대한 모욕"이라고 판단했다.


비인간 권리 프로젝트는 해피 이전에도 침팬지에 대해 유사한 소송을 제기했지만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다. 현재까지 법원이 명시적으로 동물의 비인간 인격체를 인정한 사례는 아르헨티나의 오랑우탄 산드라와 침팬지 세실리아뿐이다.


2014년 아르헨티나 법원은 동물원에 갇혀 살던 29살 오랑우탄 산드라에게 기본권이 있다고 판결했고, 산드라는 브라질의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이송됐다. 2년 후에는 침팬지 세실리아에게도 비슷한 결정이 내려졌다.


불법포획된 오랑우탄 '산드라' / 유인원센터


현재 브롱크스동물원에는 57살 아시아코끼리 패티 한 마리만 남아있다. 뉴욕 야생동물보호협회는 "앞으로 패티의 돌봄과 관리에 관한 모든 결정을 개체 복지를 기준으로 하겠다"며 "미국 동물원수족관협회와 기타 전문 기준에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비인간 권리 프로젝트의 크리스토퍼 베리 사무총장은 "해피의 고통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해피는 동물을 위한 법적 권리 재판의 문을 연 코끼리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