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달로리안과 그로구'는 방대한 스타워즈 세계관을 몰라도 몰입할 수 있는 가족애 스토리와 아기 외계인 그로구의 귀여운 활약으로 신규 관객층의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27일 개봉한 스타워즈의 12번째 장편 실사 영화 '만달로리안과 그로구'는 극장가에서 '군체' '백룸' '마이클' 등에 밀려 박스오피스 4~5위에 머물고 있지만, 실 관람객 평점은 9점대를 넘기며 반전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1970년대부터 축적된 방대한 스타워즈 시리즈 세계관을 몰라도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와 화려한 우주 액션, 그리고 '베이비 요다'로 불리는 아기 외계인 '그로구'의 깜찍한 활약이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에 낯선 '젠지 세대' 사이에서 "영화 보고 스타워즈에 입문했다" "그로구 굿즈 주문했다" 등의 입소문이 퍼지는 이유다.
아이맥스 스크린으로 펼쳐지는 이번 영화는 스타워즈의 거대한 대서사시에서 빗겨나 있는 외전이다.
은하계에 제국을 세우려는 악의 세력과 민주 공화국을 세우려는 연합군이 끝없는 전쟁을 벌이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제국이 무너지고 신공화국이 세워진 직후의 혼란기를 배경으로 삼았다.
이 시기에 활약한 만달로어인 최강 전사 '딘 자린'(페드로 파스칼)은 제국군에도, 신공화국에도 속하지 않은 현상금 사냥꾼으로 은하계를 떠돌며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던 중 제국 잔당이 끈질기게 추적하는 그로구를 보호하게 되고, 부자의 연을 맺게 된다.
둘의 인연은 OTT 디즈니플러스 '더 만달로리안' 시리즈(시즌 1~3)에서 2019년부터 인기리에 방영됐다. 그로구는 스타워즈의 전설적인 '제다이'(평화의 수호자)인 '요다'와 같은 희귀 종족으로, '포스'(정신력으로 물건을 옮기는 힘)를 다루는 능력을 타고났다.
이번 영화에서 딘 자린과 그로구는 신공화국 워드 대령(시고니 위버)이 맡긴 임무를 수행한다.
악명 높은 제국 잔당 '코인 사령관'을 생포해 달라는 의뢰다. 이 과정에서 딘 자린은 코인 사령관의 위치를 제보한 범죄 조직 우두머리 '쌍둥이 헛'의 음모에 말려 들어간다.
영화의 진짜 묘미는 전투기를 몰고 우주를 넘나드는 딘 자린의 화려한 액션보다 30㎝ 남짓한 키의 그로구가 작은 갑옷을 단단히 조이며 아빠를 구하러 떠나는 데서 시작된다.
시리즈에서 신생아처럼 포대에 쌓인 채 연약한 모습으로 등장했던 그로구가 어느덧 포스를 쓰며 적시에 활약하는 모습은 기특하고, 어려운 싸움에도 물러나지 않는 전사의 위대함이 깜찍한 표정 속에 드러난다.
초소형 정비사 외계인 종족 '안젤름'들을 거느리고 귀를 펄럭이며 달려가는 장면은 치명적으로 귀엽다. 그로구는 지난 3월 개봉한 SF 영화 'PROLOGUE'나 '프로젝트 헤일메리' 속 외계인 '로키'처럼 대부분의 장면을 퍼펫(인형)으로 촬영해 실재감을 더했다.
영화는 스타워즈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하면서도, 헐리우드 '버디 무비'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악명 높은 빌런인 '자바 더 헛'의 궁전과 가족 캐릭터의 등장, 사족 보행 병기 AT-AT 부대를 전멸시키는 액션신 등은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 '제다이의 귀환' 속 장면을 오마주했다.
그로구가 포스를 사용해 숲속 장애물을 넘거나 육중한 물체를 들어 올리는 모습은 요다의 각종 명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이 모든 게 선과 악의 거대한 전쟁이 아닌, 서로를 지키는 부자의 가족애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스타워즈를 모르는 세대를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는 존 파브로 감독의 의도대로, 그로구의 매력에 빠진 새로운 팬들이 OTT에서 '더 만달로리안 시리즈'를 정주행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 31일 현재 '더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글로벌 6위까지 올랐다. 북미 개봉(22일) 일주일 전까지는 10위권 밖에 있던 시리즈다. 반면, 너무 대중적인 스토리는 기존의 시리즈 팬이나, 스타워즈 골수팬들의 혹평 요소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향방을 결정할 테스트베드다. 스타워즈는 서구권의 세계관에 큰 영향을 준 대표적인 블록버스터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가 쌓이며 기존 팬들은 지쳤고 신규 팬의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해 스타워즈 시리즈를 개봉하던 디즈니가 지난 7년간 극장 영화를 만들지 못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턱을 대폭 낮추며 야심 차게 내놨지만, 북미 오프닝 성적은 8200만 달러로, 역대 디즈니 시대 스타워즈 성적(8442만~2억4796만 달러) 중 가장 낮다.
다만 북미에서도 시네마스코어 기준 관객 평가가 'A-'로 높고, 코로나 이후 극장 관객 수가 30%가량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실패는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로구의 신규 팬 유입으로 인한 향후 굿즈 매출, IP 사업 매출 증가도 영화 흥행 못지않은 디즈니의 목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