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과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관련 공방이 검찰 단계로 넘어갔다. 경찰은 대한전선 측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관련 영업비밀을 부당하게 취득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송치했다. 대한전선은 경찰 송치가 수사기관의 1차 판단일 뿐 위법성이나 책임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단순한 도면 유출 여부보다는 해저케이블 공장의 내부 배치, 생산설비 구조, 케이블 보관·이동 방식이 법적으로 보호되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다.
지난 28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대한전선 임직원, 가운종합건축사무소 관계자, 설비업체 관계자 등 13명과 관련 법인 3곳을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경찰은 대한전선이 충남 당진 해저케이블 1공장 건설 과정에서 LS전선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경험이 있는 가운종합건축사무소를 통해 관련 자료를 취득·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를 일반 제조공장 설계와 다르게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저케이블은 중간 이음새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십㎞ 이상 장조장으로 생산된다. 제품 무게도 수백t에서 수천t에 이른다. 케이블을 생산한 뒤 감고, 보관하고, 이동하고, 선적하는 방식이 품질과 납기 경쟁력에 직접 연결된다는 게 LS전선 측 설명이다.
LS전선은 가운종합건축사무소가 2008년부터 2023년까지 LS전선 해저케이블 공장 건축 설계를 맡았고, 이 과정에서 압출·연선 등 해저케이블 공정 설비 배치를 위해 각 설비의 크기, 중량, 특징 등이 담긴 도면을 제공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후 가운건축이 대한전선 당진 해저케이블 1공장 건설에 참여하면서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과 레이아웃 등이 상대 측으로 넘어갔다고 주장한다.
LS전선 측은 "수십㎞, 수천t에 달하는 긴 케이블을 제조하고 운반하는 기술, 즉 설비 및 공장의 배치가 해저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해저케이블 설비 및 레이아웃은 각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정립해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한전선은 정면 반박했다. 대한전선은 "검찰 송치는 수사기관의 1차 판단이며, 위법성이나 책임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검찰 및 법원 절차에서 관련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에 대해 성실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전선은 당진 해저케이블 1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타사의 영업비밀을 활용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해저케이블 1공장 건설 과정에는 설계, 설비, 시공 등 각 분야의 다양한 전문 업체들이 참여했다"며 "관련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한 다수의 업체를 대상으로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협력업체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전선은 협력업체가 LS전선 공장 설계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영업비밀 취득이나 사용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도 했다. 회사는 "각 업체는 다양한 산업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적 역량을 바탕으로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참여 업체가 타사와 동일하다는 사정만으로 대한전선이 타사의 영업비밀을 취득하거나 사용했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한전선은 자체 해저케이블 사업 경험도 방어 논리로 제시했다. 회사는 "이미 2009년부터 수차례 해저케이블을 성공적으로 생산하고 납품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며 "오랜 기간 해저케이블 공장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내부적으로 공장 도면을 지속적으로 설계·수정해오는 등 관련 기술과 공장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어 "타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검찰 단계에서 다퉈질 쟁점은 영업비밀성, 자료 취득 경위, 실제 설계 반영 여부로 나뉜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공장의 설비 배치와 레이아웃이 생산 경쟁력을 구성하는 핵심 노하우라고 본다.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공정 흐름과 설비 배치에는 업계 공통 요소가 있을 수 있고, 외부 전문업체 선정 자체가 영업비밀 취득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LS전선은 내부적으로 대한전선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LS전선 관계자는 "해저케이블 기술 개발에 1조원 이상을 투입했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생산 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 쟁점이 향후 대형 해저 전력망 사업의 사업자 평가 과정에서도 거론될 수 있다고 본다. AC 해저케이블 공장과 HVDC 해저케이블 공장을 완전히 별개로 보기 어렵고, 생산공장의 기본 설계 개념과 핵심 생산설비, 물류 동선, 케이블 보관·선적 시스템 등이 일정 부분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추진하는 서해안 HVDC 사업은 국내 해저 전력망 시장의 대형 프로젝트로 꼽힌다. 다만 이번 사건이 향후 발주처의 사업자 평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발주처의 공식 판단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대한전선 측은 이번 수사 대상이 된 시설이 기존 AC 해저케이블 생산공장 관련 사안인 만큼 향후 HVDC 사업과 직접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쟁점이 된 공장은 대한전선 1공장이고, HVDC 사업을 수행하는 공장은 2공장이라는 설명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서해안 HVDC 사업은 국내 해저 전력망 시장의 대형 프로젝트로 꼽힌다. 다만 이번 사건이 향후 발주처의 사업자 평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발주처의 공식 판단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