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관광객들이 서울 거리의 작은 편의시설에 주목하고 있다. 횡단보도 그늘막, 장수의자, 버스정류장 온열의자 등이 한국형 공공서비스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5개 자치구에 설치된 횡단보도 그늘막은 송파구 400개를 비롯해 강동구 328개, 강남구 304개, 서초구 292개, 광진구 280개, 강서구 231개 등의 순으로 분포돼 있다.
노원구와 동대문구는 각각 215개, 영등포구 210개, 성동구 197개, 성북구 190개, 중랑구 181개, 중구 172개가 설치됐다.
횡단보도 그늘막의 역사는 2015년 6월 서초구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서리풀 원두막'에서 시작됐다.
높이 3.5m, 최대 폭 5m의 파라솔형 구조물은 성인 20여 명이 동시에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신호 대기 중인 보행자들이 뙤약볕에 노출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 혁신적인 시설은 제도권 편입 과정도 순조로웠다. 2017년 8월 파라솔형 고정식 그늘막이 도로법상 도로부속물로 공식 인정받았고, 2019년 행정안전부는 전국 공통 설치 기준을 마련했다.
행안부는 같은 해 그늘막을 점자여권, 도로노면 색깔유도선과 함께 '정부혁신 최초·최고 사례'로 선정했다.
각 지자체는 그늘막의 형태를 더욱 발전시켰다. 부산 북구는 안개비를 분사하는 쿨링포그형 그늘막을 도입했고, 천안시는 학교와 노인시설 주변에 특화된 맞춤형 그늘막을 설치했다. 최근에는 기온과 풍속을 자동 감지해 개폐되는 스마트 그늘막까지 등장했다.
장수의자 역시 독창적인 한국형 편의시설로 인정받고 있다. 2019년 경기 남양주경찰서 별내파출소장이던 유석종씨가 노인 무단횡단 사고 예방을 위해 제안한 아이디어다.
평상시에는 횡단보도 기둥에 접혀 있다가 필요시 내려서 사용하는 구조로, 행안부 정부혁신 최초사례에 선정되기도 했다.
서대문구의 자체 분석 결과 횡단보도 사망사고 피해자 중 절반가량이 65~87세 고령자로 나타났다. 신호 대기 중 다리 아픔 때문에 무단횡단을 하다 사고를 당하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현장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겨울철 버스정류장 온열의자도 도시 풍경의 필수 요소가 됐다. 2008년 민간 사업자의 제안으로 시작돼 2009년 서울시가 시범 도입했다. 표면온도 약 32℃를 유지하며, 한 시간 가동 전기료는 100원 내외다.
서울시 정류장 온열의자 설치율은 2022년 51.9%에서 2023년 81.4%로 1년 새 29.5%포인트 급증했다. 가로변 정류장뿐만 아니라 중앙차로 정류장까지 설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발전은 '스마트쉼터'라는 한 단계 진화된 형태로 이어졌다. 냉난방기, 공기청정기, CCTV, 비상벨, 버스 도착 정보 화면, 무선 충전기까지 갖춘 대형 정류장이다. 제작비는 중형 약 1억 원, 소형 약 6500만 원으로 상당하지만 이용자 만족도는 높다.
미국 뉴욕, 일본, 칠레, 카자흐스탄 관계자들이 직접 시찰을 다녀갔으며, 2024년 7월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공부문 혁신 사례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일본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한국형 거리 편의시설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서울 중구 횡단보도 그늘막 사진과 함께 일본어로 작성된 게시물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한국에 있을 때 큰 도움이 됐다"며 "일본도 이런 데 세금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물에는 한겨울 버스정류장의 따뜻한 자리, 노인을 배려한 장수의자 등 한국의 다양한 편의시설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편리하고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빠르게 도입하는 한국 행정의 모습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상 깊은 경험으로 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