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 공인구 '트리온다(TRIONDA)'가 역대 최소인 4개의 패널로 제작되면서 예측 불가능한 궤적을 예고해 전 세계 축구계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최근 사상 최초로 3개국이 공동 개최하는 의미를 담아 스페인어로 '세 개의 파도'라는 이름을 붙인 이 공은 캐나다의 빨간 단풍잎, 멕시코의 초록 독수리, 미국의 파란 별무늬가 파도 모양으로 새겨졌다.
스포츠브랜드 아디다스가 1970년 이래 15번째로 만든 월드컵 공인구로, 202개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 알 리흘라의 패널이 20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외피 조각 수가 파격적으로 줄었다.
아디다스 측은 이음새를 깊게 설계하고 패널에 미세한 홈을 파놓아 일관적인 궤적을 보장한다고 주장하지만 학계의 풍동 실험과 현장의 목소리는 상반된 결과를 가리킨다.
32개 패널로 만들어진 1970년 공인구 텔스타는 어떻게 차더라도 비교적 균일한 궤적을 그렸던 반면 단 4개의 패널로 구성된 트리온다는 각 패널의 표면적이 넓어 어떤 면이 전방을 향하느냐에 따라 방향이 요동친다.
홍성찬 서울여대 스포츠운동과학과 교수와 일본 쓰쿠바대 아사이 다케시 교수가 최근 발표한 논문 '트리온다의 표면 방향에 따른 향력 위기 및 비행 반응'에 따르면, 특히 볼의 Y자 이음새 교차점이 정면으로 향하도록 세우고 차면 궤도 변화를 극대화할 수 있다.
실제로 트리온다를 막아본 한국 골키퍼 조현우(울산)는 "볼이 살아서 오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한국 대표팀은 낯선 공인구뿐만 아니라 조별리그 1, 2차전을 해발 1571m 고지대에서 치러야 하는 이중 변수를 맞닥뜨린다.
홍성찬 교수는 "평지에서 25m 날아가는 슈팅이 고지대에서 28m까지 늘어날 수 있어 중거리슛이 위협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면서 "특히 무회전킥으로 차면 골대 앞 5~10m 지점에서 야구 너클볼이나 배구 플로터 서브처럼 좌우로 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주장 손흥민(LAFC)은 전매특허인 감아차기뿐만 아니라 무회전 킥에도 능하다. 독일 레버쿠젠 시절이던 2014년 제니트를 상대로, 국가대표로 2015년 미얀마를 상대로 무회전 프리킥 골을 터트린 적이 있다.
공을 발등과 축구화 끈 사이로 최대한 두껍게 때리면 공의 뒷면에 불규칙한 공기 소용돌이가 생겨 골키퍼 앞에서 뚝 떨어진다.
수비벽을 넘어 낮게 지면을 타고 기어가듯 날아가다 골대 직전에서 갑자기 솟구친 뒤 급강하하는 토마호크 미사일 같은 궤적을 그린다.
8개 패널로 제작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는 짧은 이음새 탓에 갑작스러운 급강하와 휘어짐을 보였다.
평지에서는 공이 빠를수록 공기 저항도 강해 장거리 킥의 비거리가 줄어들지만, 공기가 희박한 고지대에서는 이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트리온다의 변칙적인 궤적이 더욱 극대화될 전망이다.
1930년 첫 월드컵 당시 손으로 꿰맨 가죽공을 쓰던 시대와 비교하면 축구공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트리온다에는 '커넥티드 볼 기술'이 탑재돼 14g 모션 센서 칩이 4개 패널 중 하나의 특수제작된 레이어에 내장됐다.
초당 500번 움직임을 감지한 데이터를 실시간 VAR(비디오판독) 시스템에 전송하고 AI 분석을 결합해 오프사이드나 골라인 판정을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돕는다.
첨단 기술이 들어간 만큼 경기 전 매번 충전이 필요하고 최대 6시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아디다스는 3년 반 동안 시속 200㎞로 슛을 쏘는 로봇까지 동원해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가격은 130파운드(26만원)로 역대 공인구 중 가장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