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30일(토)

정몽규, 1조원대 친족회사 20곳 누락 '벌금' 불복...HDC 25년 지정자료도 법정 쟁점

공정위 "최장 19년 누락, 사익편취 규제·공시의무 공백" 판단HDC "지분 없고 고의 은폐 동기 없어"...재판서 인식 가능성 다툴 듯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연간 자산 1조원대 친족회사 20곳을 대기업집단 지정자료에서 누락한 혐의로 공개 법정에 서게 됐다. 법원은 벌금 1억5천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정 회장이 이에 불복하면서 HDC그룹의 25년 지정자료 제출 이력도 재판 쟁점으로 올라오게 됐다.


지난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받은 벌금 1억5천만원의 약식명령에 대해 최근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이환기 부장판사에게 배당됐다.


뉴스1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재학 판사는 지난 15일 정 회장에게 벌금 1억5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약식명령은 정식 공판 없이 서면 심리로 벌금·과료 등 재산형을 부과하는 절차다. 당사자는 약식명령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정식 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정 회장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친족이 지배하는 회사 일부를 소속회사 현황에서 빠뜨린 혐의를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정 회장이 2021년 17곳, 2022년 19곳, 2023년 19곳, 2024년 18곳을 누락한 것으로 봤다. 중복을 제외한 누락 회사는 모두 20곳이다.


연간 자산 1조원대 친족회사 20곳 빠졌다


누락된 회사는 정 회장의 외삼촌인 박세종 SJG세종 명예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SJG홀딩스 등 12개사와 정 회장의 여동생 정유경씨, 그의 남편 김종엽 인트란스해운 대표 일가가 지배하는 인트란스해운 등 8개사다. 공정위는 이들 회사의 총자산 규모가 2021년 이후 매년 1조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정 회장이 HDC 동일인으로 지정된 2006년부터 2024년까지 최장 19년에 걸쳐 지정자료를 허위 제출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소시효 5년을 고려해 2021년 이후 자료 제출분만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전경 / 사진제공=HDC현대산업개발


문제는 누락 기간 동안 빠진 회사들이 대기업집단 규제 밖에 있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이들 회사가 HDC그룹 소속회사에서 빠지면서 사익편취 규제와 공시의무 적용을 받지 않았다고 봤다. 연간 자산 1조원대 회사들이 최장 19년간 규제 공백에 놓였다는 판단이다.


정식 재판의 쟁점은 누락 회사가 있었는지보다 정 회장과 HDC가 이를 알 수 있었는지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HDC그룹은 2000년부터 25년 이상 지정자료를 제출해왔다. 그룹 최상단 회사인 HDC도 2018년 지주회사 전환 이후 7년 이상 공정위에 지주회사 사업 현황을 보고해왔다.


HDC 25년 자료제출 이력, 고의성 판단대로


공정위는 정 회장이 HDC 대표이사로 1999년부터 재직해온 점도 고의성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지주회사 겸 지정자료 제출 대리인인 HDC의 대표이사로 오랜 기간 재직해 계열회사 범위를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제시한 정황은 더 있다. HDC 관련 업무 담당 임직원과 정 회장 비서진이 친족회사 누락을 발견한 뒤 해당 회사로부터 계열 요건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고 예상 제재 수준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정 회장의 사촌인 정몽진 KCC 회장이 지정자료 누락으로 고발된 뒤 친족회사 현황을 챙기는 과정에서 나온 정황이라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정 회장 측의 방어 논리는 지분과 동기다. HDC그룹은 정 회장의 약식기소 당시 "정 회장은 이들 회사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으며 이를 고의로 은폐할 부당한 의도나 동기 또한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에서 다뤄질 쟁점은 정 회장이 지분을 보유했는지에 그치지 않는다. 동일인과 지정자료 제출 대리인인 HDC가 친족회사 범위를 언제, 어느 수준까지 파악했는지, 계열 요건 확인 이후에도 지정자료에 반영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가 함께 다뤄질 수 있다.


정 회장이 정식 재판을 청구하면서 HDC그룹의 설명 범위도 넓어졌다. 벌금 1억5000만원의 적정성뿐 아니라 연간 자산 1조원대 친족회사 20곳이 왜 장기간 지정자료에서 빠졌는지, 25년 이상 자료를 제출해온 그룹 내부에서 계열회사 범위 점검이 어떻게 이뤄졌는지가 법정에서 다시 다뤄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