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문S# 기반 비대면 가입·관리 체계 구축...DB·DC·IRP 첫해 수수료 면제지점 없는 후발주자로 500조 시장 진입...10년 내 점유율 10%, 5위권 목표
키움증권이 퇴직연금 시장에 후발 사업자로 들어선다. 21년간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온 온라인 투자 플랫폼의 방식을 퇴직연금 사업에 적용해 은행·보험·대형 증권사가 선점한 500조원대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키움증권은 28일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6월 1일부터 퇴직연금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지난 4월 금융위원회에 퇴직연금 사업자 등록을 완료했다. 개인형퇴직연금(IRP)을 비롯해 확정기여형(DC), 확정급여형(DB)까지 전 제도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퇴직연금 시장은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20년 만에 적립금 500조원을 넘어섰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으로 전년 말 431조7000억원보다 약 70조원 증가했다. 제도 유형별로는 DC와 IRP 비중이 54.3%로 절반을 넘었고, 운용 방식별로는 실적배당형 비중이 24.6%까지 높아졌다.
지점 없는 후발주자, 대면 영업 시장에 온라인으로 진입
키움증권은 이 변화를 시장 진입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퇴직연금 시장이 과거 원리금보장 상품과 대면 영업 중심에서 투자상품, 온라인 거래, 가입자 선택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판단이다. 표영대 키움증권 연금플랫폼본부장은 "초기 퇴직연금시장은 키움 사업과 성격이 맞지 않았다"며 "이제는 가입자 선택의 자유가 높아지고 투자상품에 대한 관심도 커졌으며, 온라인으로 퇴직연금을 이용하는 구조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지점이 없다는 약점도 정면으로 언급했다. 기존 퇴직연금 시장은 지점망이 많은 은행과 대형 보험사가 적립금 상위권을 차지해왔다. 법인 영업과 사후 관리가 중요한 시장 특성상 오프라인 채널의 존재가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표 본부장은 이에 대해 "지점이 없는 건 퇴직연금뿐만 아니라 다른 증권업도 마찬가지"라며 "키움증권은 지점 없이도 비즈니스를 잘해왔고 수익을 내왔다"고 말했다. 이어 "키움증권을 이용하는 개인 고객들이 지금처럼 지점 없이 퇴직연금도 할 수 있도록 플랫폼과 프로세스를 만들었다"고 했다.
법인 영업은 기존 기업금융, 구조화금융, S&T 조직과 연계한다. 퇴직연금 DB와 DC 분야에서 비대면 법인영업을 맡을 인력도 별도로 영입했다. 표 본부장은 "다른 사업자는 지점 영업과 본사 조직망을 키워 법인 영업을 하고 있는데, 키움증권은 이런 시장을 변화시켜나갈 예정"이라며 "기존 오프라인 대면 영업과 관리 중심 프로세스를 비대면 온라인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는 키움증권 모바일 앱 영웅문S#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모바일 앱에서 비대면으로 가입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기존 MTS의 매매 환경을 퇴직연금 계좌에 적용해 적립식 투자, 자동감시주문 등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근로자가 직접 자신의 회사에 키움증권을 퇴직연금 사업자로 요청하는 절차도 마련했다. 회사의 DB·DC 퇴직연금 사업자로 키움증권을 선택하고 싶을 때 가입자가 앱을 통해 요청하면, 키움증권이 해당 기업과 접촉하는 방식이다. 키움증권은 이를 통해 개인 가입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기업 중심으로 움직였던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 구조에도 변화를 주겠다는 입장이다.
수수료 낮추고 상품 넓힌다...초기 목표는 적립금보다 안정화
수수료 정책도 초기 시장 진입 전략에 포함됐다. 키움증권은 DB·DC·IRP 전 제도에 대해 첫해 운용관리수수료와 자산관리수수료를 면제한다. DB 수수료는 증권업권 최저 수준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DC 수수료는 증권업 평균 수준으로 제시했다.
IRP에는 수익률 연동형 수수료 체계를 도입한다. 고객 수익률이 키움증권이 정한 기준 수익률에 미달하면 수수료를 면제하는 구조다. 이승진 키움증권 연금전략팀장은 "IRP 계좌에 수익률 연동형 수수료를 도입했고 금융감독원 승인도 받았다"며 "고객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연금자산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수수료 체계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상품 라인업은 원리금보장 상품과 실적배당형 상품을 함께 갖췄다. 키움증권은 원리금보장 상품의 경우 기존 사업자들이 장기간 구축한 협약 수준 이상으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펀드와 ETF는 퇴직연금 전용펀드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하고, ETF는 다른 사업자에서 가능한 상품을 모두 등록해 실시간 매매에 불편이 없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외화상품도 순차적으로 준비한다. 퇴직연금 감독 규정상 외화상품도 투자 가능 상품으로 분류된다. 키움증권은 외화RP를 먼저 공급하고, 이후 채권과 ELS 등으로 상품군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송수열 키움증권 연금컨설팅팀장은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외화상품 이용이 가능하다"며 "외화RP, 채권, ELS 발행 등을 순차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적립금이나 시장점유율 확대보다 사업 안정화에 집중한다. 표 본부장은 "사업을 시작하고 안정화하는 데 집중해야지, 적립금 늘리기에 집중하면 장기적으로 사업하는 데 오히려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장기적으로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 10%, 사업자 순위 5위권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는 "퇴직연금은 노후를 책임지는 장기 투자인 만큼 가입자 중심의 투자형 온라인 플랫폼을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했다"며 "고객 스스로 더 스마트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고객의 연금 자산 수익률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