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28일(목)

피 안 뽑고 '소변 검사'로 자폐증 선별... 행동 관찰 없이 조기 진단 길 열렸다

자궁 내 진단이나 행동 관찰에 의존하던 소아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진단 영역에 생물학적 지표를 활용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됐다. 아기 소변 속 장내 미생물 대사물질을 분석해 자폐증을 선별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생후 초기 조기 진단과 개입 가능성이 열렸다.


지난 27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진은 소변 검사로 장내 미생물 유래 대사물질을 분석해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을 감별하는 스크리닝 기술을 개발했다.


유익균과 유해균이 공존하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불균형이 아동의 신경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화학적으로 입증한 결과다. 자폐증 진단율이 2011년부터 2022년 사이 175% 폭증한 상황에서 객관적 지표를 통한 조기 발견은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핵심 열쇠로 꼽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국제학술지 '분자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2세에서 11세 사이 아동의 소변 샘플을 활용해 장내 미생물이 생성하는 17가지 대사물질을 추적했다.


연구진은 미생물 유래 대사물질(MDM) 시스템이라는 분류 도구를 도입해 기준치를 초과한 대사물질의 개수를 점수화했다. 실험에 참여한 아동 중 자폐증 진단을 받은 아동은 52명, 발달 장애가 없는 아동은 47명이다.


임상시험 결과 자폐증 아동 그룹의 거의 전원에게서 비자폐 아동 그룹의 최대치를 넘어서는 대사물질이 최소 1개 이상 검출됐다.


자폐증 아동들은 평균 3개의 대사물질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았으며, 일부 성분은 대조군보다 최대 1000배 높게 측정됐다. 특히 주요 신경전달물질과 연관된 아미노산 유래 대사물질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교신저자인 제임스 애덤스 교수는 "세균들이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변형된 버전에 해당하는 대사물질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매우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두 신경전달물질은 기분과 인지, 기억에 영향을 미치므로 자폐 아동의 사회적 의사소통, 불안, 우울, 주의력 결핍 등 많은 증상과 동반 증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자폐증 아동의 장내 미생물 대사물질 수치가 높다는 40편 이상의 기존 연구들과 일치하는 결과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분석 시스템은 임상 시험 과정에서 위양성(오진) 없이 90%의 정확도로 자폐증 아동을 식별해냈다.


현재 더 큰 표본을 대상으로 진단 도구의 정밀도를 검증하기 위한 추가 시험이 진행 중이다. 기존 검사가 전문가의 장기적인 행동 관찰에 의존해 대기 시간이 길었던 반면 소변 검사는 간편한 방식으로 조기 치료 시점을 앞당겨 발달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


연구진은 생물학적 진단 도구가 자폐증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과 부모의 죄책감을 해소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제1저자인 크리스티나 플린 연구원은 "때로 부모들은 자신이 좋은 부모가 아니라는 느낌이나 주변의 시선 때문에 진단을 주저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하지만 소변으로 자폐증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은 이것이 생물학적 상태임을 의미한다"며 "부모들이 주저하지 않고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해당 대사물질이 자폐증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전체 자폐증 사례의 약 90%를 포괄하는 '미생물 유래 대사물질 관련 자폐스펙트럼장애(ASD-MDM)'라는 새로운 하위 유형을 정립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