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28일(목)

"정년퇴직 앞둔 성실한 가장이었는데"... 생일 전날 서소문 사고로 숨진 기러기 아빠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로 사망한 흥화건설 현장관리소장과 구조물 안전 전문가의 빈소가 마련된 가운데,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은 흥화건설 현장관리소장 60대 이모씨의 매형 박준행(62)씨는 "오늘이 (고인) 생일이에요. 어려운 현장만 계속 돌아다니다가 올해가 정년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씨는 "일주일 전에 통화하고 보자고 하니까 현장 정리를 좀 해놓고 만나자고 했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고인을 생전에 알던 사람들은 그를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친척 A씨는 "다른 말 필요 없고 어렸을 때부터 성실했다. 성실 하나만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집안이 척박한 시절이 있었는데 성실하게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에 붕괴 잔해가 그대로 남아 있다. 2026.5.27/뉴스1


매형 박씨 역시 "현장 소장 하면서 하다못해 어디 가서 술 한 잔 먹고 그런 것도 없었다"며 고인이 누구보다 성실했다고 증언했다.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씨의 빈소는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흥화건설은 고인이 대학 졸업 후 입사한 첫 직장으로 알려졌다. 전국 각지 현장을 다니며 한 달에 한 번꼴로만 집을 찾는 '기러기 아빠'로 평생을 보냈다.


직장 동료와 친척, 지인들이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빈소를 찾았다. 빈소가 마련되지 않은 전날 밤에도 장례식장을 지켰던 직장 동료들은 이날 다시 찾아와 고인을 기렸다. 가장을 잃은 유족들은 슬픔을 애써 참으며 조문객들을 맞았다.


또 다른 희생자인 외부 전문가 50대 이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도 깊은 슬픔에 잠겼다. 빈소 내부에서는 갑작스러운 비보에 흐느끼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구조물 안전계의 권위자로 알려진 고인의 유족들은 큰 충격과 슬픔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아들들과 아내 등 가족들의 애통함이 빈소 전체를 감쌌다.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콘크리트 코어 채취를 하고 있다. 콘크리트 코어 채취는 사고 원인이나 구조물 안전성을 확인하는 핵심 조사 작업이다. 2026.5.27/뉴스1


고인과 생전 아는 사이였던 B씨는 "어떻게 여태껏 시에서 방치했는지, 시공사가 균열이 있는 걸 알았으면서도 왜 들어갔는지, 왜 사고가 났는지 밝혀져야 한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B씨는 "유가족들은 힘도 없고 조사할 능력도 되지 않는다"며 "상세히 조사해서 유가족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후보들도 빈소를 방문해 조의를 표했다. 전날 오후 2시 33분께 서소문 고가차도가 철거작업 중 안전점검 과정에서 일부 붕괴해 작업자 등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