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RSU 이견에 8시간 조정 결렬
본사·계열사 공동 파업 가능성
카카오 본사 노조가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에 이어 본사까지 파업이 가능한 상태가 되면서 카카오는 창사 이후 첫 본사 파업과 주요 계열사 공동 파업 가능성을 동시에 떠안게 됐다.
27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이날 밤 카카오 노사의 임금협상 2차 조정회의에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카카오 노사는 오후 3시부터 회의를 시작해 한 차례 정회 뒤 밤늦게까지 논의를 이어갔지만 성과급과 장기 보상 체계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번 조정 중지로 카카오 본사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됐다. 본사는 2차 조정 이전 이미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투표는 찬성으로 가결된 상태였다.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도 앞서 쟁의권을 확보하고 파업 찬반투표를 통과시켰다. 본사까지 포함하면 5개 법인이 모두 즉시 쟁의행위에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카카오 본사 차원의 파업은 창사 이래 전례가 없다. 지난해 6월 카카오모빌리티가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결렬 뒤 부분 파업을 진행한 적은 있지만, 본사와 주요 계열사가 함께 파업 가능 상태에 놓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 노조 전체 조합원은 약 5천명으로, 이 가운데 본사 조합원이 절반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충돌의 핵심은 성과급과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다. 카카오 본사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3~14%를 성과급으로 보상하는 방안과 1인당 500만원 상당의 RSU를 성과급에 포함할지를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스톡옵션 대신 1년 이상 근속 직원에게 매년 500만원 상당의 RSU를 지급하고 있다. 사측은 이 RSU를 보상 재원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이를 성과급과 별도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가 이미 고정적인 주식 보상 제도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성과급 산정 기준까지 별도로 요구가 붙으면서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수익성 회복과 비용 통제를 동시에 추진해왔다. 올해는 자체 AI 모델 '카나나'를 기반으로 메신저, 커머스, 콘텐츠, 금융 서비스 전반에 AI 기능을 붙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노사 갈등이 길어지면 AI 신사업 일정과 플랫폼 운영 안정성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계열사 사정까지 겹치면서 부담은 본사 임금협상에 그치지 않는다. 디케이테크인 노조는 임금 인상률이 총 재원 2% 수준에 머물렀다고 비판했고, 엑스엘게임즈 노조는 희망퇴직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본사 성과급 논의에서 시작된 갈등이 계열사별 임금, 고용, 조직 재편 문제와 맞물리며 카카오 공동체 전체의 노무 리스크로 번진 셈이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올해 AI 전환과 대외 신뢰 회복을 함께 밀어야 하는 시점에 노사 리스크가 전면에 올라왔다. 정신아 대표 체제에서 카카오는 조직 정비와 수익성 개선, AI 서비스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본사와 계열사 5곳이 모두 쟁의권을 확보하면서 회사가 투자자와 이용자에게 설명해야 할 변수도 늘었다.
노조는 내달 파업 가능성을 예고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점과 방식, 범위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전면 파업 외에도 부분 파업, 준법투쟁, 집회 등 단계적 단체행동을 택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회사는 조정 절차 이후에도 노동조합과의 대화 창구를 열어두고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향후 내부 논의를 거쳐 파업 일정과 수위를 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