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셀럽병사의 비밀'이 평생 '무소유'를 실천하며 세상에 깊은 울림을 준 법정 스님의 숨겨진 발자취를 재조명했다.
지난 26일 방송된 '셀럽병사의 비밀'에는 특별 게스트로 개그맨 윤성호(뉴진스님)와 법정 스님의 첫 번째 제자인 덕조 스님이 출연해 스님의 생전 일화를 공개했다.
법정 스님은 일제강점기 판사 출신인 스승 효봉 스님 밑에서 행자 시절을 보내며 음식물 찌꺼기까지 씻어 먹는 스승의 검소함을 보고 무소유의 근간을 확립했다. 이후 합천 해인사에 머물 당시 한 불자의 이야기에 감명받아 "읽을 수 없는 불경은 빨래판에 불과하다"라는 깨달음을 얻고 불경의 우리말 해석본 집필에 몰두했다.
서울 봉은사 다래헌 시절에는 애지중지 기르던 난초에 대한 집착을 깨닫고 벗에게 건네준 일을 계기로 대표작 '무소유'를 집필했다.
덕조 스님은 "무소유는 갖지 말라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말라는 뜻"이라며 스승의 진정한 가르침을 전했다. 아울러 법정 스님이 민주화 운동 당시 경찰에 끌려가 고초를 겪은 사실과 지학순 주교, 함석헌 선생, 김수환 추기경 등과 함께 재야운동가로서 나라를 위해 나섰던 흔적과 자료를 언급했다.
법정 스님은 생전 출간한 11권의 책에 '사후 출판 금지' 조건을 걸었으나, 절판 후에도 남은 책들이 빠르게 소진되며 약 360만 부의 판매 기록을 세웠다.
방송 중 윤성호가 인세를 재촉하는 법정 스님의 전화를 유쾌하게 재연하자, 이찬원은 "법정 스님이 왜 이렇게 경박하냐"고 타박해 웃음을 안겼다.
법정 스님이 인세를 다급하게 요청했던 진짜 이유는 장준하 선생에 있었다. 스님은 '무소유'의 첫 인세로 전전긍긍하던 장준하 선생의 아내에게 현재 가치 약 2천만 원 상당인 50만 원을 전달했으며, 음악감상실 '베토벤'을 통해 비밀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대목은 서울 성북동 '길상사'의 건립 비화다. 1990년대 기준 약 천억 원(현재 가치 약 3천억 원)에 달하는 최고급 요정 '대원각'의 주인 김영한은 10년간 법정 스님을 설득해 그 자리에 길상사를 세웠다.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주인공이자 시인 백석의 연인이었던 김영한은 한국 전쟁으로 만주로 떠난 백석과 영원히 이별한 후 "천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하다"라는 말을 남기고 전 재산을 기부했다. 이에 이찬원은 "언블리버블…김영한 이 분도 보통 분이 아니다"라며 경탄했다.
1997년 개원법회 당시 김수환 추기경은 “길상사가 도시인들의 영혼의 쉼터가 되고 맑고 향기로운 기운이 샘솟는 도량이 되길 바란다”며 축하를 건넸다.
법정 스님은 '맑고 향기롭게' 모임을 결성해 소외된 이웃을 도왔으나 결국 폐암으로 투병했다.
의사 이낙준은 "폐 자체는 통각이 없다"며 암세포가 신경을 눌러 어깨 통증이나 안면 신경 마비 등 다양한 형태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정 스님은 2010년 3월 11일, 평생 주지직을 맡지 않고 법회만 이끌던 길상사에서 처음으로 밤을 보낸 뒤 향년 78세로 입적했다. 방송은 장도연이 "지금 이 순간을 살 줄 알아야 한다. 한눈팔지 말고 얽매이지 말고, 그대의 길을 가라"라는 법정 스님의 구절을 낭독하며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