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여자단식의 세계 질서를 좌우하는 안세영과 천위페이의 라이벌 구도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이했다.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두 명의 여제가 동남아시아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개최되는 두 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 세계 배드민턴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천위페이 시대의 종말을 고하려는 안세영과 '안세영 킬러'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천위페이의 양보 없는 전쟁이 임박했다.
여자단식 세계 1위 안세영은 지난 26일부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싱가포르 오픈(슈퍼 750)에 출전해 대장정에 돌입했다.
첫판부터 기세가 매서웠다. 안세영은 같은 한국 대표팀 소속이자 세계 31위인 심유진을 단 28분 만에 게임스코어 2-0으로 완파하며 가볍게 16강 고지를 밟았다.
8강행 티켓을 놓고 다툴 다음 상대는 세계 36위 성슈오윈(대만)이다. 대진표 상 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진짜 승부는 준결승전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안세영이 이번 대회 4강에 진입하면 필연적으로 세계 4위 천위페이를 마주할 확률이 매우 높다.
당초 예상과 달리 대진 추첨 결과 1번 시드인 안세영의 준결승 길목에 3번 시드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세계 3위) 대신 천위페이가 배정됐기 때문이다.
둘은 현역 여자 배드민턴 무대에서 명실상부한 최대 라이벌이다. 4살 연상인 천위페이가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며 먼저 정상에 올랐고, 안세영이 무서운 성장세로 바통을 이어받아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을 거머쥐며 새로운 여제의 탄생을 알렸다.
역대 전적의 무게추는 안세영 쪽으로 서서히 기울고 있다. 지난해 안세영이 천위페이를 상대로 5승 2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며 통산 상대 전적의 균형을 맞췄다.
지난 3월에 열린 전영 오픈(슈퍼 1000)에서는 안세영이 2-1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마침내 15승 14패로 상대 전적 역전에 성공했다. 격차가 근소한 만큼 이번 싱가포르 오픈 4강전은 안세영이 확실한 우위를 굳힐지, 아니면 천위페이가 반격의 발판을 마련할지 결정할 중요한 무대다.
두 선수의 혈투는 싱가포르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 대회가 끝난 직후인 6월 2일부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막을 올리는 인도네시아 오픈(슈퍼 1000)에서도 연전이 유력하다.
지난 26일 발표된 인도네시아 오픈 대진표를 분석하면 안세영과 천위페이가 각각 32강전과 16강전, 8강전을 무난히 통과할 경우 준결승에서 또 한 번 외나무다리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대진표 반대편에서는 왕즈이와 야마구치 아카네가 결승행을 다툴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천위페이는 안세영의 독주를 막아세우는 거대한 벽이었다. 지난해 싱가포르 오픈 8강전에서 안세영에게 완패를 안기며 연승 행진에 제동을 걸었고, 안세영이 천하무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증명했다.
지난해 8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도 안세영의 발목을 잡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안세영에게는 여전히 방심할 수 없는 까다로운 적수다.
올해 들어 두 선수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안세영이 말레이시아 오픈(슈퍼 1000), 인도 오픈(슈퍼 750), 아시아단체선수권, 아시아개인선수권, 세계여자단체선수권 등 무려 5개 대회에서 정상에 등극하고 전영 오픈(슈퍼 1000) 준우승을 차지하며 독주 체제를 공고히 다졌다.
반면 천위페이는 슈퍼 500 등급의 하위 대회에서도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는 등 두 차례나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며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다. 안세영이 동남아 2연전을 싹쓸이하며 천위페이 시대를 완벽히 끝낼지, 천위페이가 부활해 안세영의 독주를 저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