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갈등을 해결하려 작업장에 '흉기'를 반입한 행위는 고용 관계를 끝내야 할 만큼 중대한 사유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이규훈)는 대기업 공장 직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 등 청구 소송에서 지난 21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동료들이 선처 탄원서를 제출하며 구제 절차를 밟았으나 법원은 사내 복무 규율 확립과 근로자 안전 보호가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사건은 업무 분담을 둘러싼 직장 내 갈등에서 비롯됐다. A씨는 2024년 8월 5일 한 공장 작업장에서 동료들과 업무 분담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꼈고 이후 칼날 길이 10~15㎝(총 길이 20~30㎝)의 칼 2자루를 구입해 가방에 넣고 공장으로 출근했다.
사흘 뒤인 8월 8일 동료 B씨에게 "일을 도와주겠다"고 말을 걸었다가 거절당하자 화가 나 가방에서 칼 2자루를 꺼내 작업대 위에 올려놨다. 상황의 위험성을 감지한 동료 C씨가 놀라 "지금 협박하는 거냐"고 묻자, A씨는 칼 한 자루를 들어 자기 배를 찌르는 시늉을 했다.
회사는 인사위원회를 거쳐 같은 해 9월 A씨를 해고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그해 11월 법원에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했으며 재판이 진행되던 작년에는 9개월 치 급여 4600만여 원도 달라고 추가로 청구했다.
소송 과정에서 A씨 측은 "동료들을 공격하거나 겁주려는 의도는 없었고 협박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사태 직후 피해 동료를 포함한 공장 직원 259명이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징계 해고가 과도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법원은 강력 범죄로 촉발된 사회적 불안감과 직장 내 폭력의 심각성을 짚으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 행위는 다른 직원들에게도 공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것이었고, 업무상 갈등의 극단적인 표출 사례로 기업 질서 및 복무 규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패소 판결했다. 이어 "공장 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느꼈을 충격과 공포, 불안감이 결코 작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의 과거 행적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A씨는 이전에도 2024년 7월 초 다른 직장 동료와 언쟁을 벌이다가 쇠망치를 들어 때리려는 시늉을 하거나, 또 다른 직장 동료가 자신에게 손가락질을 한다며 그의 손가락을 잡아 비틀려고 하는 등 직장 동료들을 상대로 폭행을 시도한 전력이 있다"며 "일부 직원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고 해도 A씨에게는 사회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