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청소년 10명 중 7명 이상은 처음 담배를 접할 때 다양한 맛과 향이 나는 가향담배를 선택한 것으로 밝혀졌다.
26일 질병관리청은 오는 5월 31일 제39회 '세계 금연의 날'을 앞두고 가향담배의 위험성을 알리는 홍보물 등을 배포한다고 밝혔다.
세계 금연의 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담배폐해와 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흡연자들의 금연을 촉진하기 위해 지정한 국제기념일이다.
가향담배란 멘톨, 과일, 초콜릿 등 특정한 맛과 향이 나도록 제조한 담배며 액상형 전자담배에 맛과 향이 들어간 액상제제를 첨가하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담배필터에 캡슐을 삽입하거나, 담배포장지에 향을 입히는 방식도 포함된다.
달콤한 맛과 향은 특히 청소년과 젊은층이 쉽게 흡연을 시작하도록 유혹한다. 일반담배(궐련)의 쓴맛과 매캐한 냄새, 목의 자극을 가려 가향담배를 덜 해로운 담배로 오인하고 흡연을 지속하게 만들어 결국 중독으로 이끄는 구조다.
포털 검색과 SNS상에서 청소년 가향담배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2024년 청소년건강패널조사 결과 국내 청소년의 77.3%(남학생 79.5%·여학생 73.1%)가 처음 담배제품을 사용할 때 가향담배를 사용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로 가향담배를 시작한 청소년은 86.3%에 달했고 그중 여학생 비율은 90% 가까이 됐다. WHO 담배규제기본협약 이행 지침에서도 가향성분은 담배·니코틴 제품의 맛과 냄새를 개선해 제품을 더 쉽게 사용하도록 하며, 신규 사용자를 유인하고 기존 사용자의 지속 사용에 기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통계 수치도 이러한 위험성을 뒷받침한다.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도한 경우(첫 한~두 모금), 비가향담배로 시도한 경우보다 현재 흡연할 확률이 1.4배(남자 1.6배, 여자 1.3배) 높았고, 가향담배로 흡연을 지속할 확률은 10.9배(남자 11.4배, 여자 10.3배) 폭증했다.
국외 연구 결과에서도 향이 첨가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가 2년 후 담배를 끊지 못할 가능성이 비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보다 1.9배 더 높았다.
가향성분은 담배의 위험을 덜 느끼게 하는 도구일 뿐, 담배 유해성을 줄이진 않는다. 향료나 당류는 전자담배 기기를 통해 가열돼 에어로졸 형태로 폐로 흡입될 경우, 호흡기질환 등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담배 내 가향 첨가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가향담배 판매량이 매년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관련 대책 마련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가향물질 함유를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문구나 그림 표시는 제한하고 있다.
흡연은 대표적인 건강위해요인으로, 폐암, 두경부암 등으로 인해 연간 7만여 명의 사망과 15조 원에 이르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하는 것으로 추계됐다.
가향담배는 장기적으로 흡연 인구를 유입시켜 흡연폐해 및 사회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임승관 질질청장은 "가향담배는 덜 해로운 담배가 아니며, 청소년과 청년층 흡연의 관문이 되고 장기적으로 중독을 유발할 수 있어 가향담배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흡연폐해 예방과 관련 정책 강화의 과학적 근거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