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불허로 롯데렌탈 매각대금 1조원대 유입이 멈추면서 롯데그룹이 호텔롯데와 주요 계열사의 자금계획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 6월 신용평가사 정기평가를 앞두고 차입금 만기,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계열사 지원 여력을 함께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 18일 롯데렌탈은 최대주주 호텔롯데와 주요 주주 부산롯데호텔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체결했던 지분 매각 계약을 해제했다고 정정 공시했다. 지난해 12월 계약 체결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공정위가 어피니티의 롯데렌탈 인수를 불허하면서 거래는 최종 무산됐다.
계약 해제의 직접 사유는 롯데렌탈의 사업성보다 인수자 측 기업결합 구조에 있었다. 어피니티는 SK렌터카를 보유한 상태에서 롯데렌탈 인수를 추진했다. 공정위는 렌터카 시장 1·2위 사업자가 같은 지배 아래 들어갈 경우 경쟁 제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롯데렌탈 지분 매각으로 1조원대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매각대금은 호텔롯데 차입금 감축과 그룹 재무부담 완화에 활용될 수 있는 재원이었다. 거래가 멈추면서 자금 유입 시점과 재매각 조건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말부터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본성 자금을 확충해 왔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돼 부채비율 부담을 키우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12월 1800억원, 올해 3월 2천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첫 조기상환권 행사 시점 이후 금리가 오르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호텔롯데가 지난해 12월 발행한 18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은 2027년 6월 첫 조기상환권 행사 시점이 온다. 당장 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아니지만, 조기상환 재원과 금리 부담은 호텔롯데의 중기 자금계획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재무전략팀을 신설했다. 계열사별 실적과 자금 상황을 들여다보는 기능을 강화한 조치다. 롯데렌탈 매각 무산 이후에는 신용평가사와 투자은행을 상대로 차입금 만기와 자본 확충 계획을 설명하는 작업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6월 정기 신용평가를 앞둔 롯데그룹은 롯데렌탈 매각대금 유입을 제외한 자금계획을 다시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차입금 감축과 자본 확충 계획에서 매각대금이 빠진 만큼 호텔롯데 단기차입금, 계열사별 자금소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계획이 함께 거론될 수 있다.
롯데렌탈은 국내 렌터카 시장 상위 사업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거래 무산도 롯데렌탈의 실적이나 자산가치와는 관련이 없었다. 재매각이 추진되면 새 원매자의 기존 렌터카 사업 보유 여부, 기업결합 심사 부담, 매각 가격이 다시 협상 대상이 될 뿐이다.
롯데렌탈 재매각 착수 시점과 새 원매자 조건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호텔롯데가 2027년 6월 첫 조기상환권 행사 시점을 맞는 18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어떤 재원으로 대응할지도 6월 정기 신용평가에서 다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