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23일(토)

"운동이 만병통치약?"... 젊은 마라톤 마니아들, 대장 선종 무더기 발견 '충격'

운동이 건강의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져 온 가운데, 마라톤을 즐기는 젊은 러너들에게서 대장암 전 단계 병변인 선종이 잇따라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있는 암센터의 종양학자인 티모시 캐넌 박사는 지난 2019년, 6개월 간 대장암을 앓는 젊고 건강한 환자 세 명을 치료하게 되며 의문을 품었다.


이들 중 2명은 30대였고, 1명은 40대 초반이었으며 대장암 위험 요인도 없었다. 다만 세 사람은 모두 매년 100마일 울트라 마라톤이나 다수의 풀·하프 마라톤을 완주하는 러너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캐넌 박사는 이들의 극한 달리기와 대장암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연구에 착수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연구팀은 35세에서 50세 사이의 극한 러너 94명을 모집해 대장 내시경 검사를 진행했다. 대상자들은 최소 5회 이상의 마라톤을 완주했거나 표준 마라톤 거리인 26.2마일보다 긴 울트라 마라톤을 2회 이상 치른 이들이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조사 대상 러너의 절반 가까이에서 대장 용종인 선종이 발견됐다. 특히 전체의 15%는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진행성 선종'을 가지고 있었다. 통상 40대 후반 성인의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진행성 선종이 발견되는 비율이 1.2%에서 6%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달리기를 포함한 적당한 운동은 대장암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JAMA 내과학(JAMA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인 운동을 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대장암 등 12개 주요 암 발병 위험이 최데 20% 낮았다.


2025년 연구에서도 대장암 생존자가 3년간 꾸준히 빨리 걷기 등을 실천했을 때 재발로 인한 사망 위험이 37% 감소했다. 그러나 울트라 마라톤과 같은 극한의 운동은 '차원이 다른 운동량'이라고 캐넌 박사는 말했다.


캐넌 박사는 장시간 고강도 운동을 하면 "신체가 혈액을 장 대신 다른 부위의 근육, 특히 다리 근육으로 집중시킨다"라며 "혈액과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면 장 세포가 죽을 수 있고 장 점막이 샐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그 뒤에는 염증과 장 자극이 따른다. 수많은 마라톤 러너들이 경기 중이나 직후에 구토, 경련, 설사, 직장 출혈을 겪는 이유다.


이후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장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증식하며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결국 선종이나 암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비교 대상인 대조군이 없고 표본이 작아 극한의 달리기와 선종 발생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이요 클리닉의 부원장이자 마라톤 주자인 에이미 S. 옥센텐코 박사는 "흥미로운 연구지만 규모가 작아 결론은 예비적 단계"라며 "러너들이 공포에 질릴 필요는 없다"라고 평가했다. 


러트거스대학교 운동생리학 사라 캠벨 교수 역시 "달리기는 노폐물 배출을 돕고 장내 미생물에 유익하다"라며 운동 자체를 기피하는 것을 경계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팀은 향후 철인 3종 및 사이클 선수 등을 포함한 300명 규모의 후속 연구를 통해 유전자와 식습관, 장내 미생물이 미치는 영향을 추가로 분석할 계획이다. 


캐넌 박사는 "마라톤을 즐기는 이들 중 복부 팽만이나 경련, 특히 직장 출혈 등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라며 "러너의 직장 출혈을 당연한 증상으로 넘겨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