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23일(토)

'문신=의료행위' 공식 깨졌다... 대법, 34년 만에 판례 변경

대법원이 34년간 유지해온 '문신=의료행위' 판례를 뒤집으며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와 백모씨의 상고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하며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는 1992년 5월 눈썹 문신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본 판례를 34년 만에 변경한 것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문신행위는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갖춘 의료인이 등장하기 전부터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한 "통상적인 서화문신(레터링문신)·미용문신은 대부분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와 직접적 관련 없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문신시술은 문신과 관련된 미적인 지식과 기능, 경험 등이 요구되는 영역"이라며 "반드시 의료인에 버금가는 의학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어야만 성공적인 문신시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판례 변경 배경으로 사회 환경 변화를 제시했다. "1992년 판단 이래 기술 발전과 환경 변화로 의료서비스 수요자의 의료접근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며 "문신시술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보건위생상 위해 등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기 신체를 통해 개성을 발현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문신 시술을 받을지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문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고려됐다. 대법원은 "문신은 더 이상 일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이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았고, 다양한 사회·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박씨는 미용실을 운영하며 2020년 1∼12월 두피문신 시술을, 백씨는 2019년 5월 패션잡화 판매점에서 서화문신(레터링 문신) 시술을 해 재판에 넘겨졌다. 1·2심 법원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었다.


한편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한 '문신사법'이 내년 10월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은 대부분 문신 시술이 의료보다는 심미적 목적에 따른 것이고, 실제 시술자도 대부분 비의료인이라는 점에서 법과 현실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제정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대법원은 이날 문신사법 시행 이전 현행 의료법 기준으로도 문신 시술 행위 자체가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문신사법 등 시행 전이라도 형법이나 공중위생관리법 등 관련 법령이 정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이에 따른 형사처벌 가능성이나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규제 도입의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