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원 시인이 지난 2005년 첫 시집 '아나키스트'로 문단에 혁명적 사랑의 언어를 선보인 지 21년 만에 일곱 번째 시집을 펴냈다.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우리가 소실되는 풍경'은 시인이 그동안 탐구해온 이별과 상실의 정서를 한층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다.
시집의 핵심은 "내 안의 너 살아났다가 죽어버린 너 / 명멸하는 너와 나"라는 구절에 집약되어 있다. 장석원은 이번 작품에서 모든 열정이 소진된 후에도 끝나지 않는 이별의 감정을 결정체와 같은 불연성의 존재로 형상화했다.
시인은 지난 여섯 권의 시집을 통해 세상의 냉혹함을 지속적으로 고발하고, 사랑이 끝난 자리의 황폐함을 절절하게 응시해왔다. 이제 그는 그 모든 과정을 거쳐 우리가 사라져가는 풍경 앞에 서 있다.
장석원의 문체는 깊은 슬픔을 리듬감 있고 숙련된 방식으로 표현하며, 독자들에게 넘쳐흐를 듯한 그리움의 정서를 전달한다. 여기서 말하는 그리움은 단순히 이별한 연인을 향한 일차원적 감정을 넘어선다.
시인이 묘사하는 이별의 정서는 시간과 함께 끊임없이 사라지는 현재에 대한 애잔함과,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예측하지 못한 채 '너'와 동일한 시공간에 존재했던 '나'에 대한 후회까지 아우른다. 이러한 감정을 집요하게 탐구하고 영구히 간직하려 할 때, '너'와 '나'가 완전히 소멸하지 않고 깜빡이는 "무한 천공"의 영속성이 실현된다.
'아나키스트' 출간 당시 평단으로부터 격렬한 투쟁의 언어와 혁명으로서의 사랑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장석원은 이번 시집에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정서적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