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21일(목)

"얼굴 멍들게 때려놓고" 한국까지 쫓아와 자녀 반환 청구한 미국인 남편

미국에서 남편의 가정폭력을 피해 세 살배기 딸과 한국으로 도망친 30대 여성이 도리어 국제법상 '아동 탈취범'으로 몰려 아이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피해자가 피난처를 찾아 고국으로 돌아왔음에도 국가 간 아동 반환 협정의 기계적 적용으로 인해 2차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해외 주재원 근무 중 현지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했으나 가정폭력으로 귀국한 A씨의 사연이 다뤄졌다.


5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정을 꾸린 A씨는 딸 출산 이후 육아 문제로 갈등을 겪다 지난해 1월 남편으로부터 얼굴에 멍이 들 정도의 주먹다짐 폭행을 당했다.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한 A씨는 남편에게 알리지 않고 당시 3살이던 딸을 데리고 급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국내에서 직장을 다니며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등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던 A씨는 최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한국에 입국한 남편이 가정법원에 '아동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A씨는 "낯선 땅에서 유일한 내 편이라고 믿었던 사람에게 폭행당했다"며 "딸은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한 상태인데 남편 청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냐"고 도움을 요청했다. 과거 폭행에 대한 국내 처벌 가능성도 함께 물었다.


법조계는 폭력 피해라는 특수성이 있더라도 법리적으로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홍수현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A씨 행위는 남편 양육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며 "국제아동탈취에 관한 법률상 불법적인 아동 이동에 해당해 A씨는 남편에게 자녀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정폭력을 피하기 위한 탈출이었음에도 법적으로는 불법 탈취 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다만 소송 제기 시점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홍 변호사는 "A씨는 지난해 1월 미국을 떠났고, 남편은 올해 5월 반환 청구를 제기했다"며 "자녀가 새로운 환경에 1년 이상 안정적으로 적응한 경우 반환 청구가 기각될 수 있다"고 짚었다. 자녀의 환경 적응 기간을 뜻하는 '1년 경과 여부'는 아동 반환 청구가 법원에 접수돼 절차가 개시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국내 법원을 통한 남편의 형사 처벌은 가능한 구조다. 홍 변호사는 "남편이 한국 국적을 가진 재외국민이라면 형법 3조에 따라 해외에서 저지른 범죄도 국내에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적을 가진 외국인이라 해도 피해자가 한국인이므로 형법 6조가 적용된다. 홍 변호사는 "행위지인 미국 법률에 의해 범죄를 구성하지 않을 경우 예외가 있지만, 가정폭력은 미국에서도 처벌 대상이므로 국내 형법 적용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