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책상부터 일상적인 가위질, 악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시스템은 대부분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인구의 약 90%가 오른손잡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인간의 오른손 선호도는 압도적이다.
고고학계는 이러한 오른손잡이 편향의 흔적을 신석기 시대 혹은 그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추적해 왔지만, 왜 유독 인간 문화권 전체에서 이토록 한쪽 손에 대한 강한 편향성이 고착되었는지는 오랜 시간 과학계의 난제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인류 진화의 거대한 미스터리 중 하나였던 '손잡이(Handedness) 편향' 현상이 인류의 직립보행과 뇌 크기 확대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형성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돼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18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인류학과의 토마스 A. 퓌셸(Thomas A. Puschel) 교수 연구팀은 인간을 포함한 원숭이, 유인원 등 총 41종, 2025마리에 달하는 영장류의 손잡이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분석해 이를 입증했다.
연구진은 종 간의 진화적 친연관계(계통도)를 반영한 '베이지안 진화 모델'을 활용해 영장류의 식단, 도구 사용 여부, 사회 구조, 서식지 환경, 신체 및 뇌 크기 등 다양한 변수가 손잡이 성향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했다. 이 연구는 인간의 손잡이 형성을 설명하는 여러 주요 가설들을 하나의 진화적 틀 안에서 종합적으로 검증한 최초의 시도로, 국제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게재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오른손잡이 성향은 결코 특정 유전자 하나에 의해 좌우된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었다.
연구팀은 각 종의 손잡이 선호도를 정량화하기 위해 '평균 손잡이 지수(MHI·Mean Handedness Index)'를 척도로 사용했는데, 이 값이 양수(+)로 커질수록 오른손 선호도가 강함을 의미한다.
분석 결과 대다수의 영장류는 두 손을 비교적 골고루 사용하는 모호한 형태의 양손잡이 능력을 보이며 MHI 값이 0에 가깝게 수렴했다. 반면 현대 인류(호모 사피엔스)의 MHI는 0.76이라는 압도적인 양수 값을 기록했다. 인간만이 통계적으로 뚜렷하고 일관된 오른손 편향을 나타내는 지구상 유일한 종인 셈이다.
연구팀이 분석 모델에 '뇌 크기'와 '팔·다리 길이 비율'이라는 신체적 변수를 추가하자, 인류가 오른손잡이로 진화해 온 명확한 2단계 과정이 도출됐다.
첫 번째 단계는 바로 '이족보행'이다. 인류의 조상이 진화 과정에서 나무 위를 떠나 두 발로 땅을 걷기 시작하면서, 손은 신체를 이동시키고 지탱해야 하는 해방 공간을 맞이했다. 이동 기능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손은 물건을 운반하고, 도구를 제작·사용하며, 몸짓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특정 작업에 집중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한쪽 손을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강한 진화적 압력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나뭇가지 사이를 이동할 때 정교한 균형 감각이 필요한 영장류일수록 특정 손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관찰되는데, 인간은 이족보행을 통해 이 경향을 극단적이면서도 독창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켰다.
두 번째 단계는 '뇌 크기의 확대와 비대칭적 발달'이다. 연구팀은 진화 모델을 통해 지금은 멸종한 초기 인류 조상들의 손잡이 경향성도 추정해 냈다. 인류의 초기 조상인 아르디피테쿠스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단계에서는 현대의 대형 유인원과 비슷하게 미미한 수준의 오른손 선호만 관찰됐다. 그러나 인류의 뇌가 폭발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호모 에르가스테르,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 등 '호모(Homo)' 속으로 진화할수록 오른손잡이 경향은 눈에 띄게 가팔라졌다. 뇌의 용적 확대로 좌뇌와 우뇌의 기능적 전문화(측두화)가 고도화되었고, 언어와 정밀 도구 제어를 담당하는 좌뇌가 발달하면서 이와 연결된 신체 반대쪽인 오른손의 사용 빈도가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선천적 경향은 태아기부터 시작되어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치며 더욱 공고해지며, 특정 손을 집중적으로 쓸수록 뼈의 모양과 밀도, 강도 등 물리적 신체 구조까지 반영구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신경학적 관점에서 볼 때 오른손잡이의 정착은 매우 효율적인 역할 분담의 결과다. 인간의 주로 쓰는 손(우세 손)은 글씨 쓰기나 젓가락질처럼 미세한 운동 제어와 정밀한 작업을 전담하도록 특화됐고, 반대쪽 손(비우세 손)은 물건을 지지하거나 몸의 균형을 잡는 안정성 유지 역할에 최적화됐다.
비록 인류가 이처럼 철저한 오른손 우세 사회를 구축해 왔지만, 인간의 뇌는 여전히 놀라운 유연성을 품고 있다. 신경과학계에 따르면 평소 쓰지 않던 반대쪽 손으로 일상 활동을 의도적으로 연습하면, 뇌가 일시적으로 적응해 새로운 신경 경로를 만들어내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현상이 일어난다. 안 쓰던 손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몸의 조정과 균형을 담당하는 뇌 영역의 연결성이 일시적으로 강화되는 것이다.
퓌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오른손잡이 성향이 인류를 다른 영장류와 구분 짓는 핵심 정체성인 ‘직립보행’ 및 ‘거대한 뇌의 진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연관을 맺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의의를 밝혔다.
다만 인류 진화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약 10%의 비율을 차지하는 왼손잡이가 도태되지 않고 끊임없이 유지될 수 있었던 유전적 배경, 그리고 인간 사회의 문화적 관습이 오른손잡이 우세 현상을 사후에 얼마나 더 강화했는지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두었다. 진화가 선택한 90%의 오른손잡이 세상 속에서, 소수의 왼손잡이들 역시 그들만의 독창적인 생존 방식을 찾아내며 인류의 다양성을 채워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