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21일(목)

"어쩐지 빵값 안 내리더니"... '밀가루' 7개사 담합, 역대 최대 6710억 과징금

국내 제분업체들이 밀가루 공급 가격을 담합한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사건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제재를 받았다.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수백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던 시기에도 담합을 지속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사조동아원,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삼양사, 대선제분, 한탑, 삼화제분 등 7개 제분사에 대해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 등 시정명령과 함께 총 6710억 4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번 과징금 액수는 공정위 역사상 담합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며, 전체 사건을 통틀어도 두 번째로 큰 액수다.


서울 시내 마트 밀가루 코너 모습 / 뉴스1


업체별 과징금은 사조동아원이 1830억 97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대한제분(1792억 7300만 원), CJ제일제당(1317억 100만 원), 삼양사(947억 8700만 원), 대선제분(384억 4800만 원), 한탑(242억 9100만 원), 삼화제분(194억 4800만 원) 순이다. 공정위는 이에 앞서 올해 1월 검찰 고발요청에 따라 이들 7개 제분사와 담합에 가담한 임직원 총 14명에 대해 고발 조치를 완료한 상태다.


국내 밀가루 기업 간 거래(B2B) 제조·판매시장에서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등 상위 3개 사는 2024년 매출액 기준 62.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까지 더한 7개 제분사의 시장점유율은 무려 87.7%에 달한다. 이들은 이러한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지난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6년에 걸쳐 제면업체와 제과업체 등을 대상으로 공급 가격과 물량을 담합했다.


이들의 담합은 2019년 당시 국내 제분사들의 경쟁이 심화하자 시작됐다. 2019년 11월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의 대표자급 임원들과 삼양사 임직원이 식당에서 만나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적정 가격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후 이들은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농심, 팔도, 풀무원 등 대형 수요처를 대상으로 19차례에 걸쳐 밀가루 공급가격과 물량을 담합했으며, 중소형 수요처와 대리점 등 전 거래처를 상대로도 5차례 공급가격 담합을 실시하는 등 총 24차례의 담합 행위를 저질렀다.


공정위가 산정한 이번 담합의 관련 매출액은 무려 5조 6900억 원에 달한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2006년 담합 후 합병된 사업자를 제외하면 완전히 동일한 사업자들이며, 20년 만에 또다시 담합이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제분사들은 담합 기간 총 55회에 걸쳐 대표자급 및 실무자급 회합을 가졌으며, 상황과 이해관계에 따라 상위 3개 사, 4개 사, 7개 사 등 다양한 형태로 모였다. 직접 회합에 참석하지 않은 하위 제분사들도 유선 연락을 통해 합의 내용을 공유받거나 먼저 연락해 내용을 요청하는 등 상·하위사 구분 없이 모두가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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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수입 원맥 시세 상승기에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신속히 반영하기 위해 전 거래처에 대한 가격 인상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2023년 이후 수입 원맥 시세 하락기에는 원가 하락분을 최대한 늦게 반영하고자 대형 수요처에 대한 가격 인하 폭과 시기를 짜 맞췄다.


이에 따라 2022년 9월 기준으로 밀가루 판매가격(중력분 평균 가격)은 담합 시작 당시인 2019년 12월에 비해 제분사별로 최소 38%에서 최대 74%까지 폭등했다.


특히 정부가 국제 원맥 시세 상승으로 고통받는 국민 물가 안정을 위해 2022년 하반기부터 제분사에 총 471억 원의 '가격안정 지원사업 보조금'을 지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7개 사는 담합을 멈추지 않았다.


남 부위원장은 보조금 몰수 등 사후 조치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가 필요하다면 검토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공정위는 과징금과 고발 조치 외에도 법 위반 행위 금지명령과 함께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을 부과했다.


남 부위원장은 "가격재결정 명령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밀가루 가격이 경쟁을 회복하는 수준의 가격을 좀 찾아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