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열 살 소녀가 도시락 가방에서 발견한 편지 한 통이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크리스 얀들이 딸 애디를 위해 시작한 도시락 편지가 책으로 출간되며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학 스포츠 홍보 전문가였던 크리스는 딸의 변화를 감지하고 매일 편지를 써서 도시락에 넣어주기 시작했다.
딸은 새 학교에 전학 간 후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며 혼자 점심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말수가 줄어들고 자주 짜증을 내는 딸의 모습을 본 아버지는 단순한 사춘기 증상이 아닌 더 깊은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직업 특성상 잦은 이사로 인해 딸이 상처받는 것이 자신 탓일까 걱정했던 그는 용기를 주기 위해 편지 쓰기를 결심했다.
크리스의 편지는 딸에게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편지 내용을 인터넷에도 공유하기 시작했고, 네티즌들은 "이미 어른이 된 나에게도 꼭 필요한 말이었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이 사연을 접한 딸의 학교 교장은 편지를 책으로 엮어보라고 적극 권유했다.
결국 크리스는 딸의 열 살 시절을 견디게 한 편지들을 모아 『아빠의 도시락 편지』라는 책으로 출간했다. 딸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공감할 수 있도록 새로운 메시지를 추가로 담았다.
이 책은 미국 유명 방송 프로그램인 '투데이 쇼' '켈리 클락슨 쇼' '굿모닝 아메리카' 등에서 앞다투어 소개되며 크리스를 '모두에게 꼭 필요한 아빠' '진정한 챔피언이자 슈퍼맨'으로 만들었다. 일본 방송은 물론 한국의 SBS, 중앙일보, MBN, 조선일보, 한국경제, 뉴스1 등에서도 잇따라 보도되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사실 크리스가 편지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그 자신도 인생 최악의 상황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과 계약 종료로 한순간에 직장을 잃고 무작정 고향으로 내려와야 했던 상황이었다. 딸과의 관계도 어딘지 모르게 삐걱거렸지만, 말하는 것보다는 짧게 편지 쓰는 편이 더 편했기 때문에 시작했다고 밝혔다.
크리스의 편지는 인생의 방향을 제시하거나 성공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게 굴어야 하는 이유, 친구와의 관계, 자신을 인정하는 법에 대해 조언한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은 괜찮지만 무례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대부분의 사람이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을 수 있지만 스스로 인정할 수 있으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크리스는 딸 애디가 자신과 꼭 닮았으며, 딸에게 하는 말은 '어린 시절의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편지를 쓰며 '내 딸에 관해, 그리고 어쩌면 더 크게는 나 자신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편지를 쓰며 딸을 살리는 동시에 자신을 살린 셈이다.
한국어판에는 원서에 포함되지 않았던 크리스가 친필로 쓴 도시락 편지 사진들이 추가됐다. 책의 디자인도 화사한 꽃다발처럼 꾸미고, 띠지를 선물 포장처럼 쪽지 모양으로 접어 디자인해 그 자체로 선물 같은 책이 되었다.
도시락 편지는 딸이 가장 예민하고 상처도 많이 받는 시기인 '마의 열 살'을 무사히 넘기고, 고등학교 졸업식이 다가오는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을 번역한 최지영 번역가는 "마치 내가 작가의 어린 딸이 되어 아빠의 편지를 읽고 있는 것 같다는 환상에 빠져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크리스의 짧은 편지를 읽은 이들은 "나도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는 동시에 "나에게도 꼭 필요한 말이었다"라고 반응하고 있다. 편지는 짧은 만큼 더 오래 기억에 남으며,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해서 어느 페이지를 펼치든 마음에 남는 명언이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