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리치 이기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듯한 내용의 콘서트를 예고했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공연을 취소하고 사과에 나섰다. 공연에 참여 예정이었던 다른 래퍼들도 연쇄 사과문을 발표하며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23일 리치 이기는 서울 마포구 연남로 연남스페이스에서 첫 번째 단독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노엘, 더 콰이엇, 염따, 팔로알토, 딥플로우, 슈퍼비, 김상민그는감히전설이라고할수있다 등 유명 래퍼들이 게스트로 참석할 예정이었던 이 공연은 티켓 가격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콘서트 티켓 가격이 5만 2300원으로 책정된 것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일(5월 23일)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욱 큰 문제는 리치 이기의 기존 음악 활동이었다. 그는 '그린', '레이니즘', '준석 리', '말론' 등의 곡에서 노 전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며 서거 방식을 조롱하는 가사를 사용해왔다. 여성 혐오와 아동 대상 성범죄를 묘사하는 내용도 곡에 포함시키는 등 논란이 지속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혐오스럽다", "국힙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냐, 나락갔네", "역겹고 저급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리치 이기뿐만 아니라 공연에 참석 예정인 래퍼들에 대해서도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노무현재단은 지난 18일 주최사에 공연의 즉각 취소와 서면 해명,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공연 기획사는 리치 이기가 해당 공연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사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후 리치 이기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데뷔 초부터 최근까지 저의 음악과 가사를 통해 고인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대중들과 관련 유가족분들이 보시기에 눈살이 찌푸려질 만한 언행을 단지 유명세를 위해서 일삼아 왔다"며 "제 행실과 부주의를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절대 고인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또는 이를 희화화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의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공연 참여 예정이었던 팔로알토도 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팔로알토는 "저는 고인을 조롱하거나 혐오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표현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가사와 태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음악적 교류의 의미로 그의 작업에 참여하고 방송에 초대해 왔지만, 그 과정에서 표현의 문제성과 그것이 누군가에게 어떤 상처가 될 수 있는지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 저의 부족한 인식과 무지로 인해 불편함과 실망을 느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딥플로우는 팬들로부터 받은 비판 메시지를 SNS에 공개하며 해명에 나섰다. 딥플로우는 "그 숫자의 의미를 전혀 몰라서 포스터를 봐도 연관 짓지 못했다"며 "자초지종을 늦게 파악했는데 저도 상식선에서 몹시 화가 나고 황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몰랐더라도 프로로서 또 업계의 고참으로서 내 나이브함에 책임을 크게 느낀다"며 "그동안 무분별한 협업을 참 많이 해왔는데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부디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