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21일(목)

"나 먼저 간다" 산에 남겨진 여성들... 서구권 강타한 '등산 결별' 논란

최근 서구권 온라인상에서 데이트 중 파트너를 두고 혼자 산을 오르는 이른바 '등산 결별(alpine divorce)' 현상이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등산 결별이란 남녀가 함께 등산을 하던 중 남성이 지치거나 속도가 느린 여성을 뒤에 남겨둔 채 홀로 정상이나 목적지를 향해 가버리는 상황을 뜻한다. 이 용어는 흥미롭게도 1893년 발표된 동명의 단편소설 제목에서 유래한 것이기도 하다.


이 현상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지난 2월 글로벌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에 올라온 한 영상 때문이다.


틱톡


영상 속 한 여성은 눈물을 흘리며 홀로 산을 내려오는 모습과 함께, 남편 혹은 남자친구가 자신을 산속에 고립시키고 먼저 떠나버렸다는 사연을 공유했다. 해당 게시물은 불과 두 달 만에 '좋아요' 500만 개 이상을 기록하고 2만 5000여 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전 세계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공감을 자아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이러한 '등산 결별' 현상을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선 사회·심리적 현상으로 심층 분석했다.


매체에 따르면 최근 오스트리아의 한 최고봉을 등반하던 중, 한 남편이 지친 아내를 산에 남겨두고 홀로 하산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홀로 남겨진 아내는 결국 저체온증으로 사망했고, 남편은 과실치사 혐의로 법정에 서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남편은 "아내에게 영원히 미안할 것"이라며 뒤늦은 후회를 전했으나, 사고 당시 아내를 방치한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 특히 이 사건 이후 해당 남성의 전 여자친구가 과거 자신도 그와 등산할 때 똑같이 버려진 적이 있다는 경험담을 폭로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유사한 피해 사례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가디언은 남성들이 파트너를 두고 떠나는 심리에 대해 단순히 상대를 향한 악의나 증오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이는 등산을 대하는 남녀 간의 근본적인 인식 차이와 문화적 배경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남성들에게 등산은 일종의 '정복해야 할 도전'이자 '성취'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강한 반면, 여성들에게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여가'나 '소통'의 연장선인 경우가 많다. 특히 남성들 사이에서는 자연의 역경 속에서 고독하게 자신을 증명하고 한계를 극복하려는 이른바 '마초적 본능'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개인의 성취욕이 중요하더라도 동행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안전 책임을 저버리는 행동은 연인 관계의 파탄은 물론 법적 처벌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