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점포 68개를 담보로 보유한 메리츠금융그룹이 1000억원 초단기 운영자금 대출 조건으로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경영진의 개인 연대보증까지 요구했다. 메리츠가 보증 요구 사유로 든 근거는 "익스프레스 매각이 MBK 통제 가능 범위에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메리츠는 기존 담보와 매각대금 우선변제 구조에도 추가 개인보증이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19일 유통·금융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가 홈플러스에 통보한 1000억원·만기 2~3개월 브릿지론 조건은 세 가지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대금 유입 시 즉시 조기상환, 연 6%대 이자, MBK파트너스와 경영진 개인 연대보증이다.
메리츠는 이미 홈플러스 점포 68개를 담보로 잡고 있다. 회생절차 개시 당시 62개였던 담보 점포는 그간 6개가 늘어났다. 삼일회계법인이 평가한 신탁자산 가치는 2조 8174억원으로, 미상환 원금 1조 2166억원의 두 배를 웃돈다.
회생절차 이후 완료됐거나 진행 중인 주요 부동산 매각대금도 모두 메리츠 채권 변제에 우선 사용되는 구조다. 메리츠는 2024년 5월 대출 실행 이후 1년 만에 원금·이자·수수료로 2561억원을 회수했다. 지난해 7월에는 신내점 매각대금 515억원을 별도로 조기변제 받았다.
메리츠 측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은 대주주 MBK의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는 만큼 배임 방지와 주주 설득 등을 위해 연대보증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다만 메리츠는 기존 담보와 매각대금 우선변제 구조 외에 개인 연대보증까지 필요한 구체적 근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추가 연대보증 대신 부동산 후순위 수익권에 대한 질권 설정을 담보로 제안했다. 메리츠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거부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은 지난 3월 서울 한남동 자택 등을 담보로 잡혀 1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DIP)을 단독 조성했다. 당시 메리츠는 회생계획안에 포함된 1차 DIP 3000억원 가운데 자기 몫 1000억원 분담을 거부했다. 김 회장은 별도로 400억원을 사재 출연했고, 큐리어스파트너스로부터 받은 600억원 DIP에는 개인보증을 서고 구상권을 포기했다. 메리츠는 두 사람이 자택과 보증을 모두 내놓은 상태에서 이번 추가 연대보증을 요구했다.
6% 금리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12월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은 회생절차 개시 후 이자를 원칙적으로 면제하되, 신탁담보부 채권자에 한해 연 2% 이자를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메리츠가 그 신탁담보부 채권자다.
동일 회사·동일 절차에서 받기로 한 이자(연 2%)의 3배 수준이 신규 브릿지론에 책정됐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상 2025년 12월 예금은행 기업대출 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4.16%)와 비교해도 1.84%포인트 높다.
메리츠가 회생법원에 신고한 회생채권은 별도로 1조 3028억원 규모다. 미상환 원금 1조 2166억원에 미지급이자 861억원을 더한 금액이다. 미지급이자 861억원은 메리츠와 홈플러스의 계약상 조기상환 IRR(11.5~13%)을 충족하도록 역산한 수치다. 통상 회생절차 개시 이후 발생 이자는 면제된다. 법원의 최종 인정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지난 10일 전체 매장 104곳 중 37곳의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현재 운영 중인 점포는 67곳이다. 임금 체불과 상품대금 미납은 동시에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영업양수도 계약은 이미 체결됐고, 6월 말 거래가 마무리되면 1200억원 규모 매각대금이 들어온다.
홈플러스 측은 "익스프레스 영업양수도 계약이 이미 체결돼 있고, MBK 등 개인은 이미 다른 운영자금 지원을 위해 연대보증을 제공한 상황"이라며 "부동산 후순위 수익권에 대한 질권을 연대보증 대신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임금 체불과 상품대금 미납 등 현안을 해결하지 않고는 회생을 이어가는 데 심각한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메리츠는 부동산 후순위 수익권 질권을 거부한 사유, 회생계획안상 신탁담보부 채권 이자율이 연 2%로 적힌 상황에서 신규 자금 금리를 6%로 제시한 근거, 개인 연대보증을 요구한 경영진의 범위에 대해 공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