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7일(수)

"기계가 내 일자리 뺏는데..." 대학 졸업식서 야유 폭탄 맞은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대학 졸업식 축사 무대에서 거센 야유를 받았다.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암울한 미래에 대한 청년들의 불안감과 그를 둘러싼 성범죄 의혹이 맞물리면서 등록금과 시간을 바친 졸업생들의 분노가 폭발한 결과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71세의 기술적 억만장자 슈미트 전 CEO는 지난 토요일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졸업식에서 연사로 나서 AI와 자동화를 주제로 연설하던 중 학생들의 거센 비난과 야유에 직면했다. 


그는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전 여자친구이자 비즈니스 파트너였던 32세의 기술 기업가 미셸 리터가 제기한 강간 및 성희롱 혐의 소송으로 인해 거센 반발을 예상하고 있었다.


SNS


행사 전날 밤부터 좌파 및 페미니스트 학생 단체들은 리터가 슈미트 전 CEO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내용을 상세히 적은 전단지를 배포했다. 전단지에는 슈미트 전 CEO가 연단에 오를 때 "무대를 향해 등을 돌리거나 야유를 보내 우리가 대변하는 애리조나대와 지역사회가 성범죄자에게 발언대를 제공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리터가 제출한 법정 문서에 따르면 슈미트 전 CEO는 2021년 멕시코 해안의 요트에서 그녀를 "강제로 강간"했으며, 2023년 네바다주에서 열린 버닝맨 페스티벌에서도 동의 없이 성관계를 시도했다.


리터는 슈미트 전 CEO가 구글 엔지니어 팀과 함께 구축한 구글 서버의 '백도어'를 통해 자신의 전자기기를 디지털 감시하고 사설 탐정을 고용한 행위 역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로스앤젤레스 법원은 지난 3월 이 소송을 중재 절차로 넘겼다. 리터는 성폭력 피해자가 공개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포스트 미투 법을 근거로 내세웠으나, 재판부는 사건 이후 양측이 작성한 재정적 합의 및 중재 계약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슈미트 전 CEO는 이러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졸업식장 분위기는 슈미트 전 CEO가 구글 재임 시절의 실책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시작하면서 급격히 냉각됐다.


(왼) 미셀 리터와 에릭 슈미트 / SplashNews, (오) 미셸 리터 인스타그램


그는 "우리는 인류가 수 세기 동안 쌓아 올린 지식의 성전에 돌을 얹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만든 세상은 예상보다 더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연결하는 도구가 오히려 우리를 고립시키고, 여러분이 지금 사용하는 것처럼 모두에게 목소리를 주었던 플랫폼이 광장을 황폐화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신입 졸업생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인공지능' 테크 트렌드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야유 소리는 더욱 커졌다.


슈미트 전 CEO는 "많은 분이 이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알고 있다. 여러분의 목소리가 들린다. 두려움이 있다"며 야유 소리에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다.


그는 "여러분의 세대에는 미래가 이미 정해졌고, 기계가 밀려오고 있으며, 일자리가 사라지고, 기후가 무너지고, 정치가 분열되어 자신이 만들지 않은 쓰레기 더미를 물려받고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며 이 두려움을 "합리적"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청년들이 기술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질문은 AI가 세상을 바꿀 것인가가 아니다. AI는 세상을 바꿀 것이다. 질문은 여러분이 인공지능을 만들어 갈 것인가이다"라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