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배우자의 외도 정황을 담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몰래 촬영한 자료에 대해 민사소송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A씨가 배우자와 부정행위를 한 상대방 B씨 등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배우자 차량에 몰래 설치한 녹음기로 확보한 음성 파일은 증거능력을 부정했으나, 휴대전화 내용을 촬영한 사진은 민사소송에서 증거로 활용 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A씨는 배우자와 이혼소송을 진행하던 2019년 9월부터 11월까지 차량에 녹음기를 설치해 배우자와 B씨 등의 대화를 녹음했다.
동시에 배우자 휴대전화에 저장된 문자메시지와 사진, 동영상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외도 증거를 수집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다. 이후 A씨는 2022년 1월 배우자와 부정행위를 했다며 B씨 등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차량 녹음 파일과 휴대전화 촬영 사진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해서는 안 되고, 이런 녹음파일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휴대전화 내용을 촬영한 사진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지가 있더라도 민사소송에서는 위법 수집 증거라는 이유만으로 증거능력을 일률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증거능력 여부는 상대방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 필요성과 실체적 진실 발견의 가치를 비교 형량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건의 성격과 위법행위 경위, 침해된 이익의 정도, 증거 확보 필요성과 긴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해당 증거는 배우자와 B씨 등의 부정행위를 입증하는 데 필요성이 크다"며 "이혼소송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증거 확보의 긴급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사건 특성상 사생활 침해 요소가 일부 존재하지만 B씨 등의 인격적 이익이 중대하게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 문제는 웹툰 작가 주호민씨 아들의 정서 학대 사건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해당 사건에서는 특수교사가 1심에서 벌금형 선고유예를 받았지만 2심 재판부는 주씨 측이 아들의 옷에 녹음기를 넣어 확보한 음성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