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13일(수)

박찬욱 "칸 위원장 제안 5분 고민, 아내는 말렸다"... 반전의 수락 이유

제79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이 거장다운 여유와 소신을 드러냈다. 


지난 12일 저녁(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드페스티벌에서 열린 경쟁 부문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 감독은 위원장 수락 배경과 한국 영화의 위상, 예술에 대한 철학을 가감 없이 밝혔다.


박 감독은 "처음 심사위원장 제안 전화를 받았을 때는 5분 정도 고민을 했습니다. 아내는 제가 심사에 참여했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걸 알아서 가지 말자고 했죠"라고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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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끝에 제안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서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칸영화제에 초대도, 상도 여러번 받으며 많은 선물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봉사할 때가 됐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2017년 제70회 행사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훌륭한 심사위원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영화의 성장에 대한 소회도 남달랐다.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칸과 인연을 맺은 박 감독은 "2004년 칸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한국 영화는 가끔씩만 소개되는 형편이었는데, 불과 20년 지나서 한국은 더 이상 영화의 변방 국가가 아니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성취가 "한국 영화가 잘해서 중심에 진입한 게 아니라 영화의 중심 자체가 확장되면서 더 많은 나라의 다양한 영화들을 포용하게 된 결과"라며 겸손한 시각을 보였다. 이번 영화제에 소개되는 한국 작품들에 대해서는 "한국 영화에 더 점수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정한 심사를 예고했다.


국제 정세와 예술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단호한 답변을 내놨다. 박 감독은 "정치와 예술을 대립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며 "정치적 주장을 담고 있다고 예술의 적이라고 인식돼서는 안 되고, 정치적 주장이 없다는 이유로 영화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무리 훌륭한 정치적 주장을 말하더라고 예술적 성취가 없으면 프로파간다에 불과하고, 예술적으로 주장된다면 경청의 가치가 있다"는 소신을 밝혔다.


심사 기준에 대해서는 관객의 설렘과 전문가의 냉철함을 동시에 강조했다. 박 감독은 "영화를 보는 동안은 순수한 관객의 입장에서 고정관념 없이 설레는 마음만으로 보겠지만, 심사 회의를 할 때는 전문가로서 평가를 내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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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 제도에 대해서도 "등수를 매기는 게 무의미한 거 같지만, 우리가 알지 못했을 영화의 가치를 찾아내고 주의를 끄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그 가치를 짚었다. 박 감독이 이끄는 이번 심사위원단의 최종 결과는 오는 23일 폐막식에서 베일을 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