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13일(수)

아이오닉 5를 2000만원에?... 월 이용료만 내면 전기차 구매 부담 '확' 줄어드는 신박한 제도

전기차 구매 비용의 가장 큰 장벽으로 꼽혀온 배터리 가격 부담을 낮추는 새로운 구독형 모델이 국내에서 본격 실험대에 오른다. 


정부가 차체와 배터리의 소유권을 분리하는 규제 특례를 허용하면서 소비자는 차량 본체만 구매하고, 배터리는 월 이용료를 내고 사용하는 방식이 가능해졌다.


국토교통부는 11일 제8차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열고 ‘전기차 배터리 소유권 분리 기반 구독 서비스’를 포함한 총 16건의 규제 샌드박스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아이오닉 5 / 현대자동차


규제 샌드박스는 현행 제도상 제한되는 신기술·신서비스를 일정 기간 시장에서 시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이번 특례에 따라 관련 사업자들은 최장 4년간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실증할 수 있다.


이번 실증의 핵심은 전기차 가격 구조를 바꾸는 데 있다. 기존 자동차관리법 체계에서는 차체와 배터리의 소유권을 분리하기 어려워 소비자가 차량 구매 시 고가의 배터리 비용까지 함께 부담해야 했다.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는 초기 구매 비용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배터리 구독제가 적용되면 소비자는 차체만 구매하고, 배터리는 리스사에 월 사용료를 내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차량 구매 가격에서 배터리 비용이 빠지는 만큼 초기 진입 장벽은 크게 낮아진다. 


다만 월 구독료와 계약 조건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실제 소비자 부담은 실증 과정에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오는 10월부터 전기차 2000대를 대상으로 2년간 배터리 구독 서비스 실증사업을 시작한다. 


현대캐피탈 등 리스사와 협력해 서비스를 운영하며, 배터리 리스 비용은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아이오닉5 스탠다드 모델의 배터리 가격을 약 2000만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이오닉5 / 현대자동차


현재 아이오닉5 스탠다드 모델의 판매가는 약 4740만원 수준이지만, 배터리 구독제를 활용하면 차체 구매 가격은 대폭 낮아질 수 있다. 


여기에 정부 보조금 4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 400만원을 모두 적용할 경우 소비자의 초기 구매 부담은 약 1940만원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이는 초기 구매 가격을 낮추는 효과에 초점이 맞춰진 수치다. 


배터리를 직접 구매하지 않는 대신 매달 구독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장기 이용 시 총비용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월 이용료 수준과 계약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배터리 구독제가 실제 '가격 혁신'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초기 가격 인하뿐 아니라 총소유비용 측면에서도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정부는 배터리 구독 모델이 전기차 보급 확대와 자원순환 체계 구축을 동시에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리스사가 사용 완료된 배터리를 회수해 재사용하고, 배터리 잔존가치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면 소비자의 월 구독료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 보호와 안전관리 체계도 관건이다. 차체와 배터리의 소유권이 분리되더라도 차량 제작사인 현대차가 리콜, 무상수리, 교환, 환불 등에 대한 책임을 진다. 


여기에 리스사 중심의 배터리 관리 체계가 구축되면 배터리 안전 상태 모니터링, 성능 진단, 잔존가치 평가 등 부가 서비스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번 모빌리티 혁신위원회에서는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규제 완화도 함께 이뤄졌다. 


국토부는 광주 도심에 투입되는 자율주행 전용 차량 200대에 대해 복잡한 자기인증 절차 없이 임시운행을 허가했다.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즉 SDV는 연구·실증 성격이 강해 기존 양산차 수준의 인증 절차를 충족하기 어려웠지만, 이번 특례를 통해 실제 도심 환경에서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아이오닉 5 / 현대자동차


다만 해당 차량들은 자율주행자동차 안전운행규정에 따른 임시운행허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도로 운행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가속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실증, 교통약자 맞춤형 동행 서비스 등 생활 밀착형 모빌리티 안건들이 함께 승인됐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의결된 안건들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협력하고 제도를 정비하겠다"며 "실증 과정에서 나타나는 소비자 반응과 쟁점을 면밀히 검증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배터리 구독 실험은 전기차 보급 정책이 단순한 보조금 지원을 넘어 소유 구조 혁신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건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월 구독료, 명확한 책임 구조, 안정적인 배터리 관리 체계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 현대차그룹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 이용 비용까지 합리적으로 설계된다면, 배터리 구독제는 전기차 대중화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