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13일(수)

월급 올랐는데 쓸 돈은 없다... 전쟁 여파에 美 실질임금 3년 만에 '마이너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년 만에 처음으로 평균 시간당 임금 증가율을 넘어서며 가계의 실질 구매력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동 분쟁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4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0.6% 올라 다우존스 전문가 전망치와 일치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다.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8%, 전월 대비 0.4% 상승해 시장 예상치인 2.7%와 0.3%를 각각 상회했다. 이는 물가의 기조적 상승세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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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에너지 부문이었다. 에너지 지수는 전월 대비 3.8% 뛰며 전체 CPI 상승분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휘발유 가격은 전월 대비 5.4%, 계절조정 전 기준으로는 11.1% 급등했다. 전년 대비로는 28.4%나 올랐다. 이란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 상승이 소비자 가격에 직접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주거비와 식료품 가격 상승세도 지속됐다. 주거비 지수는 전월 대비 0.6% 상승했고, 임대료와 자가 주거비는 각각 0.5% 올랐다. 식품 가격은 전월 대비 0.5% 상승했으며, 소고기 가격은 2.7%, 과일·채소 가격은 1.8% 뛰었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미국 가계의 실질 구매력 약화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4월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3.6%로 4월 CPI 상승률 3.8%를 하회했다. 물가 상승률이 임금 증가율을 앞지른 것은 2023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이로 인해 물가를 반영한 실질 시간당 임금은 0.3% 감소했다.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임금 상승 효과가 중동 분쟁 발 인플레이션으로 일부 상쇄되기 시작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소비심리가 역사적 저점까지 하락한 배경에 임금 인상 효과 상쇄와 생활비 부담 확대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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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트 인베스트먼트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토마스 마틴은 CNBC 인터뷰에서 "중동 분쟁이 장기화할수록 인플레이션은 계속해서 심화할 것"이라며 "휘발유 가격을 비롯한 물가가 오르면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고, 결국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주간 기준으로는 감소 폭이 제한적이었다. 4월 노동시간이 소폭 늘면서 민간 부문 노동자의 주간 실질소득은 전년 대비 0.2% 감소에 그쳤고, 생산직 및 비관리직 근로자의 경우 0.1%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국제유가 흐름이 연방준비제도(Fed) 정책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헤드라인 CPI는 예상에 부합해 안도감을 줬지만, 근원 CPI가 전망을 웃돌고 실질임금까지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토로(eToro)의 브렛 켄웰 관계자는 "노동 시장과 전반적인 경제는 여전히 안정적이지만, Fed의 정책 기조가 어긋나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건 캐피털의 스카일러 와이난드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급등하고 있는데, 이는 주로 높은 유가 때문이며, 중동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올해 남은 기간 인플레이션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