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이혼 합의 과정에서 전남편의 넷플릭스 계정 사용권을 법적으로 보장받으며 디지털 자산 공유가 현대 이혼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10일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33세 여성 라단 리처드슨은 지난 2022년 11월 이혼 당시 판사로부터 최종 합의안에 포함하고 싶은 항목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리처드슨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자동차와 반려견, 그리고 전남편의 넷플릭스 계정 사용권"이라고 답했다.
법정의 가벼운 분위기에서 시작된 이 답변은 결국 공식 이혼 합의서에 그대로 기재됐다. 리처드슨이 전남편의 계정 접속 권한을 무기한으로 유지한다는 조항이 명문화된 것이다.
"판사가 무엇을 원하느냐고 직접 물었을 때 자동차와 개, 그리고 넷플릭스 비밀번호뿐이라고 말했다"는 것이 리처드슨의 설명이다.
그녀는 이 황당한 조항이 실제 서류에 포함된 것에 놀랐지만 합의는 지금까지 유효하며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프로필로 해당 계정을 이용하고 있다.
가족법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례가 드물긴 하지만 가구가 분리될 때 발생하는 일상의 경제적 변화를 잘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감정적으로 현명한 이혼'의 저자인 캐서린 밀러 변호사는 "함께 살 때 누리던 규모의 경제가 결별과 동시에 사라지며 경제적 절약이나 정서적 연결 고리를 유지하려는 유혹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리밍 서비스와 클라우드 저장소, 공유 디지털 계정은 개별 비용은 적지만 합쳐지면 가계에 무시 못 할 비중을 차지하는 '문화적 인프라'가 됐기 때문이다.
다만 법률 전문가들은 비밀번호 공유 같은 약속을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에 명시하는 것을 꺼리는 편이다.
기술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다른 플랫폼과 합병하거나 브랜드명을 바꿀 경우 불필요한 분쟁이나 소송이 이어질 위험이 커서다.
강제성 문제도 걸림돌이다. 상대방이 비밀번호 공유를 거부한다고 해서 이를 강제하기 위해 다시 법원을 찾는 것은 시간과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요청이 단순한 서비스 이용 목적보다는 이혼 과정에서 느끼는 정서적, 경제적 격변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본다.
밀러 변호사는 "이런 요구 뒤에는 경제적 불안감이나 감정적 애착, 관계를 완전히 끊어내기 힘든 심리적 문제가 숨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독권을 공유하며 전 배우자와 얽혀 있기보다는 차라리 합의금 등 재정적 조건을 조정하는 것이 실질적이고 효과적이라는 조언이다.
리처드슨에게 이 조항은 장기적인 혜택보다 인생의 큰 전환기에 마주한 짧은 해학의 순간이었다. 그녀는 "이혼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뺏어가지만 유머를 찾는 과정이 상실감을 극복하고 통제력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비밀번호는 단순히 과거를 붙잡으려는 집착이 아니라 무거운 이혼 과정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만들어준 작은 위트였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