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11일(월)

美 데이터센터가 부른 조선 엔진...HD현대 힘센, 6271억 수주 뒤 '증설' 검토

HD현대의 독자 중속엔진 'HiMSEN'이 선박 중심 시장을 넘어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로 적용처를 넓히고 있다.


최근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기업 에이페리언 에너지그룹(Aperion Energy Group, AEG)과 20MW급 힘센엔진 기반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684MW, 6271억원이다. 회사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HD현대중공업이 체결한 발전용 엔진 계약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계약 물량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에 쓰인다. HD현대중공업은 공식 자료에서 이번 계약을 "데이터센터용 전력 발전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는 의미로 설명했다. 선박용 엔진으로 쌓아온 중속엔진 기술의 적용처가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망으로 넓어진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의 육상 발전용 힘센(HiMSEN) 엔진 / 사진제공=HD현대


HD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데이터센터형 발전용 엔진 수요 증가와 생산능력 확충 검토를 언급했다. 수주 한 건에 그치지 않고, 수요가 이어질 경우 엔진 생산능력 자체를 다시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전력 확보 문제가 먼저 커졌다. AI 연산 수요가 늘면서 전력망 접속 지연, 송전망 증설 부담, 예비 전원 확보 문제가 함께 불거졌다. 우드맥켄지는 미국 데이터센터 용량이 2026년 약 24GW에서 2030년 110GW로 늘고, 이 기간 미국 전체 부하 증가분의 6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시장은 이미 캐터필러(Caterpillar), 커민스(Cummins) 같은 글로벌 엔진·발전기 업체들이 먼저 들어와 있다. 이들 업체는 데이터센터의 주 전원과 예비 전원 수요를 겨냥해 대형 엔진·발전기 공급을 늘려왔다. 


캐터필러는 최근 실적 자료에서 전력발전(Power Generation) 매출 증가 배경으로 데이터센터용 대형 왕복엔진 수요를 들었다. HD현대가 들어간 곳은 기존 조선 기자재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발전설비 업체들이 수주를 놓고 경쟁해온 시장이다.


힘센엔진은 선박과 육상 발전용으로 쓰여 온 HD현대중공업의 독자 엔진 브랜드다. 이번에 공급되는 20MW급 발전용 힘센엔진은 대용량 중속엔진이다. HD현대중공업은 고출력·고효율, 빠른 기동성, 안정적인 부하 대응 능력을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24시간 무중단 운전을 요구하는 데이터센터 전원 환경과 맞는다는 설명이다.


HD현대 글로벌 R&D센터(GRC) / 사진제공=HD현대


HD현대에는 조선 수주 사이클과 다른 수요처가 생긴 셈이다. 선박용 엔진은 조선 수주 사이클과 맞물려 움직인다. 데이터센터향 발전설비는 발주 주체와 수요 배경이 다르다. 미국 전력망 부족, AI 데이터센터 증설, 자체 전원 확보 수요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다만 1분기 실적과 데이터센터 수주를 직접 연결하기는 이르다. HD현대마린엔진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3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17% 증가했다. 매출은 1335억원으로 60.8% 늘었다. 공개된 실적 설명에서 데이터센터향 발전설비가 1분기 이익 증가의 직접 요인으로 제시된 것은 아니다. 실적 개선 요인으로는 엔진 판매단가 상승, 인도 물량 증가, 부품 판매 증가가 거론됐다.


엔진 사업 수익성이 개선된 시점에 데이터센터향 대형 계약과 생산능력 확충 검토가 잇따라 공개됐다. 조선 호황으로 엔진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데이터센터향 물량까지 더해지면 생산 배분과 납기 관리 부담도 커진다.


HD현대중공업은 힘센엔진 라인업을 데이터센터, 산업 전력, 비상 및 보조 전원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 데이터센터향 684MW 계약은 그 첫 대형 사례다. 이 물량이 상시 전원인지, 예비 전원인지, 피크 대응용인지에 따라 시장 규모와 수익성 계산은 달라진다. 기존 선박용·발전용 엔진 생산능력 안에서 소화할지, 별도 증설로 가져갈지도 아직 숫자로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