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11일(월)

"어릴 때 먹은 미세 플라스틱이 내 아이까지?" 정자 파괴하는 '영구 화학물질'의 공포

전 세계 부부 10쌍 중 1쌍이 불임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지난 50년간 남성의 정자 수가 반토막 났다.


11일 큐큐 보도에 따르면 남성 생식 건강의 급격한 퇴보가 공중보건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태아기와 아동기 시절 노출된 '영구 화학물질'이 성인이 된 후 정자의 염색체 이상을 일으킨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 학술지 '환경 건강(Environmental Health)'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환경 오염 물질이 성인 남성의 정자 염색체 무결성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한 가장 강력한 종단적 증거로 평가받는다.


미국 조지메슨대학교와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등 다국적 공동 연구팀은 페로 제도에서 1986년부터 1987년 사이 태어난 남성 96명을 대상으로 20년 넘게 추적 관찰을 진행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팀은 대상자들이 태어나기 전인 어머니의 임신 34주 차 혈액부터 출생 시 탯줄 혈액, 그리고 7세, 14세, 22세 때의 혈청 샘플을 각각 채취해 체내 화학물질 농도를 분석했다. 이후 이들이 22~24세 성인이 됐을 때 정액을 채취해 정자의 염색체 이상 여부를 정밀 분석하는 방식을 택했다.


연구가 주목한 물질은 유기염소 화합물(OCs)과 과불화화합물(PFASs) 두 종류다. 다구리포함비페닐(PCBs)과 살충제 성분인 DDT의 대사산물인 p,p'-DDE를 포함하는 유기염소 화합물은 환경에서 잘 분해되지 않고 체내 지방 조직에 축적되는 특성이 있다. 프라이팬 코팅이나 방수 소재 등에 쓰이는 과불화화합물 역시 '영구 화학물질'로 불릴 만큼 강력한 지속성을 지녔다. 이들 물질은 체내에서 호르몬 신호 체계를 교란해 생식 계통의 정상적인 발달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석 결과는 참담했다. 태아기와 아동기 시절 유기염소 화합물 노출 수치가 높을수록 성인이 된 후 정자 내 염색체가 하나 더 많아지는 '이체성' 발생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았다. 특히 탯줄 혈액 속 특정 PCB 농도가 두 배 높아질 때마다 성인기 정자의 전체 성염색체 이상 위험은 16.6% 증가했다. 7세 때 노출된 PCB 농도가 두 배 증가할 경우 특정 염색체 이상 위험은 무려 36.1%까지 치솟았다.


과불화화합물 노출은 전 생애에 걸쳐 영향을 미쳤으며 성인기 노출의 연관성이 더욱 두드러졌다.


7세 때 혈청 내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두 배 증가하면 성인기 정자 이상 위험이 최대 58.1%까지 높아졌고, 22세 성인기 노출 시에는 특정 염색체 이상 위험이 최대 94.6%까지 급증했다. 두 종류의 화학물질에 복합적으로 노출될 경우 정자 손상 위험은 더욱 증폭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이러한 염색체 이상 정자는 수정 능력을 유지하고 있어 더 큰 문제를 낳는다. 비정상적인 정자가 난자와 결합하면 클라인펠터 증후군이나 터너 증후군 같은 유전병을 가진 아이가 태어날 확률이 높아지며, 남성 불임이나 여성의 반복 유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연구팀은 "태아기는 남성 생식기 발달의 결정적 창구"라며 "이 시기 환경 호르몬 노출이 생식 세포 분화에 영구적인 결함을 초래해 성인이 된 후 감수 분열 오류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양 생물을 주식으로 하는 페로 제도 주민들의 특성상 오염 물질 노출 수치가 높았지만, 이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염된 식수나 식품 포장재, 조리 기구 등 일상적인 경로를 통해 전 세계 누구나 PFASs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남성 불임 예방을 위한 관리 시점이 성인기가 아닌 임신 전과 태아기, 그리고 아동기까지 대폭 앞당겨져야 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낮은 농도의 일상적 노출이라도 장기적으로 축적될 경우 되돌릴 수 없는 생식 기능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