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11일(월)

삼성전자 노사 마지막 담판 난항...성과급 상한 폐지 놓고 총파업 기로

삼성전자 노사가 창사 이래 두 번째 총파업 가능성을 앞두고 11일 마지막 담판에 들어갔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 상한 폐지와 제도화다. 노조는 기존 요구를 거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고, 회사는 성과급 상한 폐지를 제도화하는 방안에는 선을 긋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날 세종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절차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노조의 입장은 변함없고 영업이익 15%의 상한 폐지 그리고 제도화를 계속 말하고 있다"며 "대표이사가 직접 영업이익 재원에 한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사측이 전향적으로 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확대 기대가 커진 상황에서 성과를 낸 임직원에게 그에 맞는 보상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노조 요구가 그대로 받아들여질 경우 반도체 부문 임직원 1인당 성과급이 수억원대로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뉴스1


사측은 특별포상 등을 통해 경쟁사를 뛰어넘는 수준의 보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성과급 상한 폐지를 제도화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일회성 보상과 제도화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성과급 산식이 고정될 경우 실적 변동성이 큰 반도체 사업 특성상 향후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사측의 부담으로 꼽힌다.


최 위원장은 사측의 '명문화' 제안에도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사실 사측의 명문화라는 이야기를 저희가 잘 믿지 못하겠다"며 "그동안 성과가 잘 나왔을 때 축적해 뒀다가 적자 시 보전해 준다고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HBM도 원팀으로 협업해서 결과를 내면 보상해 준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개발 이후에 모두 흩어졌다"며 "그렇기에 명문화라는 말을 믿지 못하겠고 명확히 제도화 관점에서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협상 과정에서 요구 수준을 낮출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최 위원장은 "저희가 조정에 임하면서 요구하는 건 동일하다"며 "회사의 전향적인 변화가 있다면 노조도 그에 대한 고민을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사측이 먼저 성과급 제도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사 공통재원 문제를 두고 일부 노조 간 이견이 나온 데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최 위원장은 "전사 재원 같은 경우 공동 교섭 3개 노조가 같이 결정한 사안"이라며 "지금에서 말을 바꾸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고 저도 불성실 교섭이라는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과반수 노조가 법적 인정을 받았다"며 "내년에는 이 부분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 뉴스1


사후조정이 결렬되면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두 번째 총파업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 삼성전자에서는 2024년에도 파업이 벌어졌지만 당시에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 수가 약 3만 2천명 수준이었고, 파업 참여자도 전체의 15% 안팎에 그쳐 실제 생산 차질은 제한적이었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조합원 수가 7만3천명에 달한다. 노조가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들어갈 경우 파업 참여 인원이 3만~4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 설비 운영 인력이 대거 이탈할 경우 파장은 2024년보다 클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도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실적 변수로 보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파업 장기화와 임금·성과급 협상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조 요구가 반영될 경우 인건비 부담이 늘고, 생산 차질이 겹치면 반도체 부문 실적에 직접적인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삼성전자는 HBM 경쟁력 회복과 메모리 업황 반등을 앞세워 올해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노사 협상이 파업으로 번지면 회사가 가장 힘을 실어야 할 시점에 내부 비용과 생산 리스크가 동시에 커질 수 있다. 이날 사후조정에서 성과급 제도화에 대한 접점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삼성전자는 2년 만에 다시 총파업 기로에 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