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공동 개발에 나서면서 국내 완성차 산업과 항공우주 산업의 협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기차 양산 과정에서 축적한 전동화 기술과 항공기 개발·체계종합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도심항공교통(UAM) 및 AAM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을 단순한 기술 제휴가 아니라 ‘한국형 AAM 생태계’ 구축을 위한 산업적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0일 지난 8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기아 본사에서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김종출 KAI 사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항공용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 항공 모빌리티 기체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항공용 전동화 파워트레인 개발 역량과 KAI의 항공기체 개발·체계종합 역량을 결합해 경쟁력 있는 AAM 기체를 공동 개발하고, 향후 양산 기반까지 마련하는 데 있다.
양사는 기술과 인적 자원 공유를 넘어 공급망 구축, 항공 안전 인증, 고객 네트워크 확보 등 사업화에 필요한 전 영역에서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AAM 시장 경쟁이 단순한 기체 시제품 개발 단계를 넘어 인증, 생산, 운항 생태계 확보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현대차그룹의 미국 미래 항공 모빌리티 전문 법인 슈퍼널(Supernal)과 KAI가 AAM 기체 개발에 협력한다.
현대차·기아 항공파워트레인사업부가 개발 중인 항공용 전동화 파워트레인의 상용화도 공동 추진 대상이다. 양사는 향후 항공산업 전반에서 추가 협력 분야를 발굴해 협업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가 이번 협력에 주목하는 이유는 양사가 보유한 역량이 상호 보완적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개발 과정에서 배터리, 모터, 전력변환 시스템 등 전동화 핵심 기술을 축적해왔다. 여기에 글로벌 양산 체계와 품질 관리 능력도 갖추고 있다.
AAM 기체 역시 고효율 전동화 시스템과 안정적인 생산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만큼, 자동차 산업에서 쌓은 대량 생산 경험은 향후 시장 확대 과정에서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KAI는 고정익 항공기와 회전익 항공기 개발을 통해 항공기 설계, 체계종합, 시험평가, 인증 대응 역량을 확보해왔다.
AAM이 자동차와 항공기의 경계에 있는 새로운 운송 수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항공 안전 기준에 맞춘 기체 설계와 인증 역량은 상용화의 필수 조건이다.
글로벌 AAM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주요 기업들이 상용화를 목표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시장에서는 배터리 효율, 기체 안정성, 저소음 기술, 운항 안전성뿐 아니라 각국 항공 당국의 인증을 통과할 수 있는 개발 체계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히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 항공산업 수준의 안전성과 자동차산업 수준의 생산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현대차그룹과 KAI의 협력은 국내 AAM 산업의 약점을 보완하고 글로벌 시장 진입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상에서 항공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고, KAI는 방산·군용 항공 중심의 사업 구조를 민수 미래 모빌리티 분야로 넓힐 수 있다.
국내 공급망 형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AAM 산업은 기체, 전동화 파워트레인, 배터리, 항공전자, 운항 시스템, 정비, 인프라 등이 결합된 복합 산업이다.
완성차와 항공우주 대표 기업의 협업은 향후 국내 부품·소재 기업, 배터리 기업, 통신·관제 기업까지 참여하는 생태계 확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한국의 항공우주 산업을 이끌고 있는 KAI와의 협약은 미래 항공 모빌리티 개발에 있어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안전하면서도 매력적인 미래 항공 모빌리티를 선보여 모빌리티의 지평을 하늘길로 넓히겠다"고 말했다.
KAI 관계자도 "KAI가 보유한 고정익 및 회전익 체계종합 역량과 현대차그룹의 대량 생산 체계 및 모빌리티 생태계가 결합하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K-AAM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협력은 글로벌 민수 모빌리티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대한민국을 항공 강국으로 견인하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약이 국내 AAM 산업의 기술 개발 경쟁을 넘어 인증·양산·공급망 구축 경쟁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KAI의 협력이 실제 기체 개발과 상용화 성과로 이어질 경우, 한국은 전동화 파워트레인, 항공기체 개발, 인증 대응, 양산 체계를 아우르는 미래 항공 모빌리티 산업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