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현대자동차가 국내 기술로 처음 선보인 자동차 엔진인 '알파엔진' 개발을 이끈 송준국 전 현대차 부사장이 별세했다. 향년 84세.
지난 8일 유족은 송 전 부사장이 지난달 29일 미국 미시간주에서 폐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1942년생인 고인은 경기고와 인하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차에 입사했다. 1980년대까지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에는 외국 업체의 엔진과 변속기가 쓰였다. 자동차의 핵심 부품을 해외 기술에 의존했고, 완성차 업체는 기술료를 외국 업체에 지급해야 했다.
현대차는 1984년 경기 용인에 마북리연구소를 세우고 독자 엔진 개발에 들어갔다. 설계 과정에는 영국 엔지니어링 업체 리카르도가 참여했다. 송 전 부사장은 당시 마북리연구소장 겸 연구개발본부 부본부장으로 독자 엔진 개발을 뒷받침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엔진개발실에서 근무한 이현순 전 현대차 부회장은 당시 부장급 개발실장을 맡았다.
알파엔진 개발 과정에서 마지막 난관은 엔진 실린더 헤드의 냉각 문제였다. 이 전 부회장은 2016년 KBS 스페셜 '한국 최초의 독자 엔진 알파엔진의 개발'에서 "실린더 헤드가 냉각이 잘 안 되는데, 왜 안 될까 생각하다 기포가 모여 있을 수 있겠다고 봤고 확인해 보니 실제로 기포가 있었다"고 말했다. 냉각수 흐름을 개선한 뒤 실린더 헤드가 깨지는 문제를 해결했고, 알파엔진은 현대차 스쿠프에 탑재됐다.
이 전 부회장은 2014년 회고록 '내 안에 잠든 엔진을 깨워라!'에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독자 엔진 개발을 밀어붙인 반면, 당시 연구개발본부장은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적었다. 이 전 부회장은 9일 연합뉴스에 "송 전 부사장은 알파엔진 개발 당시 마북리연구소장 겸 연구개발본부 부본부장이었다"며 "유일하게 엔진 개발을 지원해준 분이어서 본부장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 전 부사장은 알파엔진 개발 공로로 1991년 IR52장영실상을 처음 수상했다. 같은 해 매일경제 인터뷰에서는 "알파엔진은 1984년 7월 개발에 착수해 5년 반 걸려 완성했다"며 "투자비만 대략 1000억원 정도가 소요됐다"고 밝혔다. 이어 "축적된 기술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술 자립을 추구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같은 해 정진기 언론문화상도 받았다.
고인은 1992년 현대차를 떠난 뒤 국산 전기연료펌프를 현대차 등에 공급하는 현담산업을 세웠다.
유족으로는 부인 임경희씨와 아들 송주현 ㈜이일공 대표이사, 송방현 ㈜이일공 이사, 며느리 임혜선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7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0일 오전 9시이며 장지는 천안 풍산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