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09일(토)

기본설계 맡고도 못 막아...HD현대중공업 KDDX, 한화오션 자료활용 길 열렸다

HD현대중공업이 한국형 차기구축함 KDDX 수주전에서 기본설계 자료 제공을 막지 못했다. 법원은 HD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침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이 수행한 KDDX 기본설계 자료를 활용해 제안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됐다.


KDDX는 선체와 전투체계를 국내 기술로 구현하는 6000t급 이지스급 구축함 6척 건조 사업이다. 이번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비는 8820억원이다. 방사청은 오는 15일까지 제안서를 받은 뒤 사업자 선정 절차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는 HD현대중공업이 방사청을 상대로 제기한 KDDX 기본설계 제안요청서 배포 및 자료 공유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 제안요청서에 첨부한 기본설계 자료 일부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며 공개 제한을 요구했다.


KDDX 형상 및 주요 특성 / 사진제공=방사청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 배포한 기본설계 자료 항목 중 일부에 최신 공법, 신기술, 제품 사양, 가격 등 입찰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공개 불가 항목을 12개로 제시했고, 소송 과정에서 14개 항목으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HD현대중공업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방사청이 한화오션에 제공한 KDDX 기본설계 문서가 계약 목적물로 납품된 자료라고 봤다. 해당 문서의 이용과 공개에 HD현대중공업의 동의나 승인이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방사청이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HD현대중공업에 손해를 끼칠 목적으로 자료를 제공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방사청이 이미 한화오션에 자료를 제공한 만큼, 현 시점에서 자료 제공을 금지할 실익도 크지 않다고 봤다.


이번 결정으로 HD현대중공업의 첫 방어선은 막혔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를 수행한 이력을 앞세워 왔지만, 기본설계 자료가 경쟁 입찰 상대인 한화오션에 넘어가는 것을 법원에서 막지 못했다. 입찰 구도는 기본설계 자료 공개 문제에서 제안서 평가와 보안감점 적용 여부로 옮겨가게 됐다.


KDDX는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맡았던 사업이다. 기존 함정 사업에서는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KDDX는 HD현대중공업 임직원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 이후 수의계약이 아닌 지명경쟁입찰 방식으로 바뀌었다.


사진제공=HD현대


HD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은 한화오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의 KDDX 개념설계 자료 등을 몰래 촬영해 공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2년 11월 8명, 2023년 12월 나머지 1명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 방사청은 이후 내부 법리 검토를 거쳐 보안감점 적용 여부를 다시 들여다봤다.


HD현대중공업에 적용될 수 있는 보안감점 기간은 오는 12월 6일까지로 알려졌다. 실제 감점 적용 여부와 폭은 제안서 평가 과정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기본설계 수행 경험이 강점으로 남더라도, 자료 공유와 보안감점은 HD현대중공업이 제안서 평가에서 함께 안고 가야 할 변수다.


방사청은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방사청은 이번 결정에 대해 무기체계 연구개발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정부 소유 자료 등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적법성과 공정성을 인정받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한편 방사청은 KDDX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서 접수를 오는 15일까지 진행한다. 한화오션은 방사청이 제공한 기본설계 자료를 토대로 제안서를 낼 수 있고,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 수행 이력과 보안감점 변수를 동시에 안고 평가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