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정 동원그룹 회장 체제의 동원산업이 동원F&B를 100% 자회사로 품고 식품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참치캔으로 상징되던 소비재 사업은 소스, 가정간편식(HMR), 펫푸드, 음료, 미국 스타키스트까지 넓어졌다. 1분기 실적은 포장재와 물류가 이익을 받쳤지만, 동원그룹이 다음 성장축으로 내세운 분야는 식품이다.
8일 동원산업은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 2조5300억원, 영업이익 1462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1%, 영업이익은 17.1% 늘었다. 순이익은 1129억원으로 51.0% 증가했다. 고환율과 원자재 수급 불안, 내수 침체에도 포장재와 물류 등 B2B 계열사가 그룹 실적을 방어했다.
식품 부문은 원가 부담을 피하지 못했다. 동원F&B는 온라인 경로 성장으로 매출은 소폭 늘었지만, 고환율과 원자재 수급 불안, 오프라인 경쟁 심화로 영업이익이 6% 이상 줄었다. 동원산업 별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2958억원, 6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35.7% 감소했다. 수산과 식품 부문이 1분기 그룹 실적의 부담으로 남았다.
동원그룹의 선택은 식품 사업 축소가 아니라 지주사 중심 재편에 가깝다. 동원산업은 지난해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동원F&B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동원F&B는 2025년 7월 31일 상장폐지됐고, 동원산업은 지주사 중심의 사업 재편을 마무리했다. 식품 사업의 투자와 브랜드 조정, 해외 확장 판단을 동원산업 중심으로 모을 수 있게 됐다.
주식교환 과정에서 동원산업은 동원F&B 주주에게 동원산업 신주 452만3902주를 교부했다. 최종 주식매수청구가격은 동원산업 3만5643원, 동원F&B 3만2490원으로 확정됐다. 동원F&B 주식매수청구 행사 규모는 전체 발행주식 수의 0.002% 수준에 그쳤다. 동원산업은 소수주주 반발을 크게 키우지 않고 식품 핵심 계열사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동원F&B는 동원그룹 소비재 식품 사업의 핵심 계열사다. 2000년 동원산업 식품사업본부에서 분할된 뒤 참치캔, 육가공, 유제품, 배합사료 등으로 사업을 넓혔다. 국내에서는 동원참치, 리챔, 양반죽 등 주요 브랜드를 갖췄고,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연속 매출 4조원대를 기록했다.
남은 변수는 해외 매출 비중이다. 동원F&B는 내수 기반은 크지만 해외 매출 비중은 아직 낮다. 2024년 말 기준 동원F&B의 글로벌 매출 비중은 2.8% 수준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이 동원F&B를 상장 자회사로 남기지 않고 동원산업의 100% 자회사로 편입한 배경도 해외 확장형 포트폴리오와 맞닿아 있다.
동원그룹이 제시한 숫자도 해외에 맞춰져 있다. 동원그룹은 동원F&B와 동원홈푸드, 미국 스타키스트, 세네갈 스카사 등을 글로벌 식품 디비전으로 묶고, 그룹 식품 사업의 해외 매출 비중을 2024년 22%에서 2030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동원F&B 완전자회사 편입은 이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지배구조 정리 성격도 갖는다.
초기 신호는 수출에서 잡힌다. 2025년 동원참치의 미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약 30% 늘었다. HMR, 펫푸드, 음료 등 전체 수출도 15% 이상 증가했다. 내수 시장에서는 조미소스인 참치액 매출이 40% 이상 늘었고, 온라인 경로도 10% 이상 성장했다.
김 회장 체제의 식품 전략은 참치를 단일 제품으로 두지 않는다. 참치캔에서 출발한 브랜드 인지도는 소스, HMR, 펫푸드, 음료로 확장되고 있다. 미국 스타키스트는 북미 시장에서 동원그룹이 이미 확보한 유통망이자 소비자 접점이다. 동원F&B가 국내 제품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스타키스트가 해외 판매망을 넓히는 구조다.
김 회장은 2024년 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회장은 동원F&B 마케팅전략팀장,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미국 스타키스트 최고운영책임자 등을 거쳤다. 동원F&B 완전자회사 편입은 김 회장 체제에서 가장 직접적인 식품 사업 재편이다.
상장 자회사로 남았을 때보다 투자, 브랜드 조정, 해외 확장 의사결정을 동원산업 중심으로 모으기 쉬워졌다. 동원홈푸드의 식자재·조미사업, 동원F&B의 소비재 브랜드, 스타키스트의 미국 사업, 펫푸드와 HMR 제품군을 한 방향으로 묶을 수 있는 조건도 갖췄다.
1분기 실적은 숙제도 같이 보여줬다. 고환율과 원재료 부담이 이어지는 구간에서 식품 부문 영업이익은 줄었다. 포장재와 물류가 그룹 이익을 방어했지만, 동원그룹이 식품 사업의 체급을 키우려면 동원F&B의 해외 매출 비중과 수익성 회복이 함께 따라와야 한다.
동원산업은 오는 11일 2026년 1분기 경영실적 발표 기업설명회를 연다. 매출 2조5300억원과 영업이익 1462억원 외에 동원F&B 100% 편입 이후 참치, 소스, HMR, 펫푸드, 스타키스트를 어떻게 묶을지가 이번 IR의 확인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