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09일(토)

"혜희야 어디 있니" 25년 현수막 부친의 비극적 마침표

25년의 세월도 끝내 무너뜨리지 못한 부정(父情)이 다시 한번 세간의 심금을 울렸다. 


지난 7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특집 방송을 통해 1999년 경기도 평택에서 실종된 송혜희 양 사건을 재조명하며 장기 실종 아동 찾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혜희 양은 고등학교 3학년 진학을 앞둔 1999년 2월 13일 밤, 독서실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감쪽같이 사라졌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당시 7번 버스 막차에서 내린 혜희 양 뒤로 술 냄새를 풍기는 30대 남성이 함께 하차한 정황이 포착됐으나, 경찰의 안일한 초동 대처가 화를 키웠다. 단순 가출로 판단한 수사팀이 실종 4일 뒤에야 본격적인 추적에 나서며 결정적인 골든타임을 놓치고 만 것이다.


그날 이후 아버지 송길용 씨의 삶은 오직 딸을 찾는 데 바쳐졌다. 지구 27바퀴를 도는 것과 맞먹는 108만km를 이동하며 전국에 3700장의 현수막을 걸고 450만 장의 전단지를 배포했다. 키스오브라이프 벨은 "정말 지푸라기 하나라도 당장 잡고 싶어 하는 그런 심정이 너무 느껴진다"며 눈물을 보였다.


방송에서는 새로운 범죄 가능성도 제기됐다. 표창원 프로파일러는 지형과 기상 조건을 토대로 범인이 차량을 이용한 '호의동승' 제안으로 접근했을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사건 당시 인근 중장비 교육원 기숙사생들이 해당 버스를 자주 이용했다는 점을 들어 기숙사 명단 재조사 필요성도 언급했다. 표 프로파일러는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도 공소시효가 경과된 이후 진실이 밝혀졌다"며 "혜희 양이 어디에 있는지, 누가 왜 이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25년간 보일러조차 켜지 않는 방에서 딸을 기다리던 송길용 씨는 지난 2024년, 낡은 현수막을 수거하러 가던 중 교통사고로 끝내 세상을 떠났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평소 현수막을 직접 목격했던 가수 이상민은 "활동하던 시절 아버지가 현수막을 설치하는 모습을 차를 타고 지나가다 직접 봤고, 유독 눈에 띄어 사진까지 찍어뒀다"고 회상했다. 솔비 역시 고속도로에서 형광색 옷을 입고 서 있던 아버지의 간절한 모습을 기억하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번 특집에서는 KIST AI·로봇연구소의 기술을 빌려 혜희 양의 현재 추정 모습을 생성해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벨, 김혜은, 조째즈를 비롯해 수많은 셀럽이 목소리 기부와 SNS 공유로 힘을 보탰다. 장현성, 장성규, 장도연 3MC는 고인이 된 송길용 씨의 생전 당부인 "사람의 무관심이 가장 무섭다"는 말을 전하며, 실종 아동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추적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