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09일(토)

"잘생긴 남자 정자 삽니다"... '완벽한 남편' 대신 '완벽한 정자' 찾는 여성들

데이트 앱의 무의미한 만남과 실망스러운 연애에 지친 여성들이 '완벽한 남편' 대신 '완벽한 정자'를 찾아 나섰다.


7일(현지시간) 뉴욕 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생물학적 시계가 흐르는 상황에서 결혼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홀로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한 '자발적 비혼모(Single Mom By Choice, SMBC)'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엄마가 되는 것을 넘어, 아이에게 물려줄 우월한 유전자를 확보하기 위해 정자 기증자의 외모와 스펙을 꼼꼼히 따지는 이른바 '최고의 씨앗' 쇼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뉴욕에 거주하는 레슬리 존스(46)는 11년 전 텍사스에서 자발적 비혼모의 길을 선택했다.


레슬리 존스 / 뉴욕 포스트


당시 35세였던 그녀는 휴스턴 불임 센터에서 "키 크고 잘생긴 훈남" 기증자의 정자 두 바이알을 1,000달러에 구매했다.


존스는 "남자가 없다고 해서 엄마가 되는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며 "바나 라운지에서 만났다면 첫눈에 반했을 법한 잘생긴 외모를 선호했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영화 '슈퍼맨'의 주연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를 닮았다는 기증자의 프로필을 보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


최근 북미 지역에서는 정자 기증자를 고르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이벤트로 자리 잡고 있다.


예비 비혼모들은 친구나 가족을 초대해 정자 기증자의 외모와 지능 등을 평가하며 투표를 진행하는 '스펌 샤워(Sperm Shower)' 파티를 연다. 리얼리티 스타 라라 켄트부터 유명 콘텐츠 크리에이터들까지, 정자 모양의 프로스팅이 올라간 컵케이크를 먹으며 최고의 '생물학적 아빠'를 선발하는 화려한 파티 영상을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혼 여성에게서 태어난 아기 중 상당수가 이러한 자발적 선택에 의한 것이며, 30세 이상 솔로 여성이 이 길을 선택하는 비중은 지난 30년간 140%나 급증했다. 세계 최대 정자 은행인 크라이오스 인터내셔널의 통계를 보면 불임 치료를 위해 기증자를 찾는 이들 중 78%가 36세에서 45세 사이의 밀레니얼 여성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하지만 솔로 육아로 가는 길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레슬리 존스는 난자 채취 실패와 배아 사망 등 수 차례의 유산과 불임을 겪으며 수만 달러를 지출한 끝에 2021년 아들 잭슨을 품에 안았다. 또 다른 비혼모 인플루언서 제시카 누렘버그(44) 역시 딸 카이아를 얻기 위해 10번의 체외수정(IVF) 시술을 거치며 억대의 비용을 쏟아부었다.


정자 기증자가 많아지면서 발생하는 잠재적 위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기증자 한 명이 도울 수 있는 임신 횟수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해, 특정 지역에서 동일한 기증자의 정자가 남용될 경우 나중에 유전적 관계를 모르는 배다른 형제끼리 혼인하게 되는 '부주의한 근친 교배'의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비혼모들은 기증자의 다른 생물학적 자녀 가족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아이에게 출생의 비밀을 숨기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불임 교육 전문가로 활동 중인 캔디스 캐서린 페브릴은 "여성들이 남자를 못 찾아서 이러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위해 남자가 꼭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것"이라며 "전통적인 결혼만이 안전하고 안정적인 길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정교하게 계획되고 간절히 원해진 아이와 함께 '엄마 중심의 가족'을 꾸리는 것이 훨씬 보람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