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09일(토)

이란 국영TV "한국 선박 타격" 주장... 대사관은 "강력 부인" 혼선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HMM 나무호 폭발 사건을 둘러싸고 이란 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란 국영 매체는 자국의 소행임을 시사하는 보도를 내놓은 반면, 주한이란대사관과 이란 의회 관계자는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지난 6일(현지 시간)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이란 당국의 새로운 해상 규정을 위반한 한국 선박을 표적으로 삼은 행위는 명확한 메시지"라며 "이란은 물리적 '타격 행위'를 통해 주권을 실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레스TV는 미국의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 작전 중단이 이란의 단호한 대응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한국 선박'과 '물리적 행위'를 언급했는데, 이는 나무호 사건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HMM 나무호. (한국선급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 2026.5.5 뉴스1


하지만 주한이란대사관은 정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주한이란대사관은 6일 입장문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피해 사건에 이란 군이 연루됐다는 모든 의혹을 강력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의도치 않은 사고", "당사자 책임"을 거론하며 다소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주한이란대사관은 프레스TV 보도에 대해서도 "외부 분석가의 논평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대사관은 "한국 선박과 관련된 해당 사건에 이란이 개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줄 그 어떤 공식적이고 검증된 정보도 전달받은 바 없다"며 "신뢰할 만한 공식 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내 강경파로 꼽히는 에브라힘 아지지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도 "이란군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소속 김석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지난 7일 아지지 위원장과의 화상 면담 내용을 공개하며 "아지지 위원장은 이란 군이 공격하지 않았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아지지 위원장이 "만약 이란이 정말 한국 선박을 표적 삼아 공격한 게 사실이면 당당히 정부나 군이 했다고 했을 것"이라며 "따라서 사실이 아니다. 믿어달라"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 / AzerNews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7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나무호의) 예인과 그 이후 과정이 진행 중인 바 화재 원인 분석은 좀 더 시간이 소요된다"며 "(화재 원인은) 구체적으로 아직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6일 "화재 초기에 피격 가능성이 거론된 적이 있었다"면서도 "다시 정보를 추가 검토해 보니 피격이 확실치는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위 실장은 "침수라든지 기울임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프레스TV 보도에 대해 "국영 TV가 여론전 차원에서 선전 선동에 나선 걸로 보인다"며 기존 우리 정부 입장을 유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건 당일 "이란의 공격"이라고 언급했지만, 우리 정부는 정확한 원인 규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현재 정부는 원인 조사를 위해 전문가를 현지에 파견한 상태로, 정확한 폭발 원인은 현장 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 4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이던 나무호는 폭발로 인한 화재 발생 이후 예인 작업을 거쳐 8일 새벽(한국 시간) 두바이에 도착했다.


서울 영등포구 HMM 본사 모습. 2026.5.6/뉴스1


HMM에 따르면 한국시간 기준 6일 오후부터 사고 선박에 대한 예인 작업이 시작됐으며, 예인 목적지는 사고 해역과 가까운 두바이항이었다. 나무호는 8일 현지 수리조선소에 입항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단 등 외부 인력은 이날 오후 1시 이후 선박 승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현장 선원들은 폭발 및 화재 원인과 관련해 선박 결함 등 내부 요인보다는 외부 충격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