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10개국의 연대체)를 다음 달 1일부로 탈퇴하기로 전격 선언하며 국제 에너지 시장과 중동 정세에 거대한 파고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28일(현지 시간) UAE 정부는 국영 매체를 통해 "이번 결정은 UAE의 장기 전략과 경제 비전, 국내 에너지 생산에 대한 투자 가속을 포함하는 에너지 구성의 변화를 반영한다"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책임감 있고 신뢰한 수 있으며 미래 지팽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탈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해 온 이른바 '오일 카르텔'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걸프 지역의 형제국이었던 사우디와의 본격적인 패권 경쟁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산유량 기준 OPEC 내 3위인 UAE의 이탈은 국제 유가 조절 기능에 상당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그간 OPEC+는 회원국별 산유량 할당제를 통해 유가를 관리해 왔으나, UAE는 탈퇴 직후 유연한 증산을 예고했다. 특히 UAE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푸자이라 수출항을 보유하고 있어,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도 독자적인 공급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이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정치적으로는 사우디와의 깊어지는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양국은 예멘과 수단 등 주요 분쟁지에서 대리전을 치르며 군사적 마찰을 빚어왔으며, 경제적으로도 사우디가 UAE의 '두바이 모델'을 벤치마킹한 '비전 2030'을 추진하며 경쟁 관계가 심화됐다.
외신들은 이번 탈퇴를 과거 카타르가 사우디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독자 노선을 걸었던 사례와 비교하며, UAE가 대미 관계와 이스라엘과의 협력 등에서 사우디와는 차별화된 행보를 굳히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미국 측에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평소 OPEC을 "세계 경제를 뜯어먹는 카르텔"이라 비난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이번 UAE의 결정은 정치적 승리로 해석된다.
미국 내 분석가들은 UAE의 증산이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서구권 국가들에게 UAE가 사우디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동맹임을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UAE의 이번 '에너지 독립 선언'은 걸프협력회의(GCC)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중동 산유국들이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었음을 상징한다.
재정 균형을 위해 고유가를 고집해야 하는 사우디와 달리, 경제 다변화에 성공한 UAE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우선순위에 두면서 국제 원유 시장은 새로운 무한 경쟁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