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하던 성격이 갑자기 변하고 기억력까지 급격히 떨어진 중국의 한 남성이 치매로 오인됐지만, 검사 결과 원인은 '신경매독'으로 밝혀졌다. 초기 증상이 유사해 오진 위험이 큰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7일(현지 시간) 중국 상유신문(上游新闻)에 따르면, 엔지니어 이 모 씨(52)는 최근 반년 사이 가족조차 몰라볼 정도로 '딴사람'이 됐다. 평소 친절하고 겸손했던 성격이 갑자기 변해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거나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며 폭언과 폭행을 일삼기 시작했다.
최근 3개월 동안은 증상이 더 심해져 걸음걸이가 솜을 밟는 듯 비틀거리고 컵을 들 때 손가락을 심하게 떨었으며, 집으로 가는 길을 잊어버릴 만큼 기억력도 급격히 떨어졌다.
가족들은 이 씨를 데리고 여러 병원의 신경과와 정신과를 전전했다. 병원마다 '편집성 조현병'이나 '알츠하이머병 초기'라는 진단을 내렸고 약물 치료를 병행했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가족들은 마지막 희망을 품고 후난성 제2인민병원 성인정신과를 찾았다.
성인정신과 이신춘 주임의사는 회진 중 이 씨의 눈에서 빛에 반응하지 않는 전형적인 '아가일 로버트슨 동공(Argyll-Robertson pupil)' 현상을 포착했다.
정밀 검사 결과, 뇌척수액 매독 항체 수치는 1:1280까지 치솟아 있었고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는 전두엽 위축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20여 년 전 위험한 성접촉 후 발진이 생겼음에도 제대로 치료받지 않았던 과거력이 확인되면서 이 씨는 '마비성 치매'인 신경매독 말기로 최종 확진됐다.
이 의사는 "매독을 단순한 성병으로만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적절한 치료 없이 10~30년이 지나면 균이 뇌로 침투해 돌이킬 수 없는 정신 붕괴와 인지 퇴행을 일으키는 마비성 치매를 유발한다"고 경고했다.
마비성 치매는 신경매독 중 가장 위험한 유형으로, 임상 현장에서 오진율이 매우 높지만 초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치료 가능한 기질성 정신 장애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뇌 손상을 회복하기 어렵다.
마비성 치매는 매독균이 장기간 뇌 실질을 침범해 만성 뇌수막염을 일으키고, 결국 진행성 치매와 정신 이상, 신체 기능 장애를 초래하는 중증 감염성 뇌 질환이다.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와는 완전히 다른 감염성 치매로 분류된다. 보통 매독 감염 후 10~30년 뒤에 발병하며 40~60대 중장년층에서 발생 빈도가 높다. 초기 증상이 눈에 띄지 않고 서서히 진행되기에 실질적인 뇌 손상이 일어나면 완전한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의료진은 "중장년층에게서 치매 증상이나 정신 행동 이상이 빠르게 나타난다면 가능한 한 빨리 신경매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