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매장에서 자취를 감춘 가성비 내연기관차들이 중고차 시장에서는 올리기가 무섭게 팔려나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체할 만한 신차 모델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공급마저 끊기다 보니 희소성이 높아진 덕분이다.
지역 기반 중고차 직거래 서비스 '당근중고차'가 올해 1분기 차종별 평균 거래 완료 기간을 분석한 결과, 판매 속도가 가장 빠른 상위 10개 모델 가운데 절반이 이미 단종된 차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가장 빠른 거래 속도를 기록한 모델은 기아 모닝으로, 매물 등록 후 주인 사인을 받기까지 평균 8.5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쉐보레 스파크가 8.9일로 뒤를 이었으며 현대 캐스퍼는 9.7일, 르노코리아 QM3는 9.9일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단종 차량의 약진이다. 상위 10위권에는 쉐보레 스파크와 르노코리아 QM3를 포함해 르노코리아 SM3(10.8일), 대우 마티즈(10.9일), 쉐보레 올란도(12.2일) 등이 대거 포진했다. 이들 단종 매물의 평균 연식은 2013년식으로, 출시된 지 10년이 훌쩍 넘은 '올드카'들이 중고차 시장의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당근중고차 측은 단종 이후 추가 공급이 불가능해진 점이 오히려 매물의 가치를 높인 것으로 분석했다.
신차 시장에서 이들을 대체할 만한 저렴한 내연기관 모델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한몫했다. 경차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세단, 레저용차량(RV)까지 차급에 상관없이 실속파 소비자들의 수요가 몰리는 모양새다.
경차의 강세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거래 속도 1위인 모닝과 더불어 스파크, 마티즈 등 경형 해치백 3인방이 모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월 거래량 분석에서도 모닝과 스파크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바 있어, 경차는 거래량과 속도 모두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음이 재확인됐다.
신차 출고 지연 현상도 중고차 몸값을 높였다. 3위에 오른 현대 캐스퍼의 경우 신차 인도까지 기다리는 대신 즉시 끌고 나갈 수 있는 중고 매물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동네 이웃 간의 직거래 방식도 거래 기간 단축의 핵심 요인이다. 올해 1분기 이용자의 50%는 거주지 반경 약 27km 이내에서 차량을 발견해 거래를 마무리했다. 집 근처에서 직접 차량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이전 등록 절차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빠른 회전율로 이어진 셈이다.
당근중고차 관계자는 "단종 차량처럼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매물일수록 지역 기반 직거래 플랫폼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용자들이 원하는 차량을 가까운 동네에서 합리적이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