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통계에 따르면, 한국 경제가 전 분기 대비 1.7% 성장하며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한은이 지난 2월 전망했던 1분기 성장률 0.9%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로, 2020년 3분기(2.2%) 이후 5년 6개월 만의 최고 성장률이다.
1분기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은 수출 회복이었다. 수출은 전 분기 대비 5.1% 증가하며 지난해 4분기 0.3% 감소에서 한 분기 만에 반등세로 돌아섰다.
특히 미국발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반도체 수요 급증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이동원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증가가 전체 성장을 강력하게 견인했다"며 "1분기 GDP 증가분 중 반도체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55%로 잠정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성장의 일등 공신 역할을 한 것이다.
다만 반도체 특수를 제외하면 경제 전반의 기조는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이다. 한은이 선방했다고 평가한 민간소비 0.5% 증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들이 이끈 주식시장 상승 효과가 컸다.
1분기 4.8% 늘어난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 관련 투자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 두 달 가까이 지속된 중동 분쟁은 고물가와 고환율을 촉발하며 소비심리를 급속히 위축시키고 있다.
전쟁의 영향이 본격화될 2분기까지 현재의 강한 성장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한은이 23일 공개한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는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 인식을 종합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2로 전월 대비 7.8포인트 급락했다. 2024년 12월 계엄 사태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CCSI는 소비자 심리 관련 주요 지수 6개를 종합해 산출하는 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장기 평균 대비 낙관적, 미만이면 비관적 심리를 나타낸다.
지수가 1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본격화한 지난해 4월 이후 1년 만이다.
이 국장은 "중동전쟁 발발 이후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민간 소비도 4월 소비자 심리가 악화된 것은 있지만, 지난주까지 신용카드라든지 모니터링을 해 본 결과 영향을 아직 받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이어 "중동 전쟁 때문에 부정적 영향이 커진 건 사실이지만 반도체 수출 호조, 2분기부터 정부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정적 효과와 긍정적 효과의 크기가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누가 클 것인지에 따라 2분기, 연간 성장률이 결정될 것 같다. 2분기와 새로운 연간 성장률은 5월 통화정책 결정회의 때 말씀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