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연구실에서 출발한 국내 딥테크 스타트업이 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포식자 엔비디아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끌어냈다.
23일 카이스트는 반도체 기업 포인투테크놀로지가 지난 21일(현지 시각) 엔비디아의 벤처 투자 부문인 엔벤처스를 비롯해 매버릭 실리콘, UMC 캐피털 등으로부터 시리즈B 확장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배현민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겸 카이스트 창업원장이 제자들과 손잡고 설립한 이 회사는 이번 투자로 총 7600만 달러(약 10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엔비디아가 국내 반도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이 정도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엔비디아의 지갑을 열게 만든 핵심 경쟁력은 포인투테크놀로지가 독자 개발한 '이-튜브(e-TubeTM)' 기술에 있다.
이 기술은 무선주파수 신호를 활용한 플라스틱 도파관 기반의 데이터 전송 기술로 AI 데이터센터 내부에 있는 수천 개의 반도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 구리선은 전송 거리의 한계가 뚜렷했고 광섬유는 높은 비용과 전력 소모량이 걸림돌이었으나 '이-튜브'는 이 두 가지 방식의 단점을 모두 극복했다. 실제로 '이-튜브'는 구리선보다 전송 거리를 10배나 늘렸으며 광섬유 케이블과 비교하면 전력 소모와 비용을 각각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
카이스트 측은 "엔비디아가 직접 투자에 나선 건 해당 기술이 미래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현에 필수적인 요소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션 박 포인투테크놀로지 대표는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해 차세대 AI 인프라 상용화를 가속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배 창업원장 역시 "카이스트가 개발한 원천기술이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를 끌어낸 대표적인 성과"라며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 빠르게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카이스트 창업원은 이번 쾌거를 발판 삼아 학내 스타트업의 해외 시장 공략을 돕는 '글로벌 성장 가속화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기술 검증(PoC) 단계부터 실제 투자 유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는 체계다. 학교 연구실에서 싹튼 기술이 글로벌 자본과 만나 인공지능 인프라의 세대교체를 이끌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